4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작황 부진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인 데다 국제유가도 오른 탓이다. 개인서비스 요금도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는 107.39로 1년 전보다 2.3%, 지난달 대비 0.2% 올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0%대를 이어오다가 지난 2월(1.1%)과 3월(1.5%)에 거쳐 오름폭을 키워왔다. 전년 동월대비로 2017년 8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넘어 2%대를 기록한 건 2018년 11월(2.0%) 이후 처음이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며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는 데다, 채소류 등 농축산물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3.5% 상승해 2017년 3월(14.4%) 이후 최대 오름폭이었다. 농축수산물도 파 가격이 270% 올랐고 달걀(36.9%), 고춧가루(35.3%), 돼지고기(10.9%) 등도 올랐다.
집세도 지난해보다 1.2% 올라 2017년 12월(1.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세는 1.6% 올라 2018년 4월(1.7%) 이후 최대였고, 월세도 0.7% 올라 2014년 10월(0.7%) 이후 최대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과 경제 심리 개선 등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상승요인이 있고 지난 2분기가 굉장히 낮아서 기저효과도 있다.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달부터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도 1.4%를 기록했다. 농축산물과 국제유가를 제외하더라도 0.8∼1% 상승률을 보인 1분기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외식비(1.9%)나 보험서비스료(9.7%), 공동주택관리비(4.4%)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린 탓이다. 어 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였던 지난해와 견주면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물가 안정목표인 2% 이내이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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