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 이상으로 내다보며 이를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도 했다. 지난 4월 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되돌리고, 경기 회복 상황에서 재정으로 그 속도를 견인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하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실수요자 부담 완화”
문 대통령은 이날 “투기를 막는 목적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거나 더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4·7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을 이유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완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당내 대표적 ‘규제 완화론자’인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특위 위원장에 내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부동산 정책 수정에 힘을 더한 셈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로 보고, 이들을 위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 대출 한도를 완화하고, 1주택자는 재산세나 종부세를 낮춰주는 식이다. 하지만 종부세를 낮출 경우 지난해 정부가 세율을 올리면서 장기보유나 고령자는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받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최근 급등한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한데 실수요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며 “실수요자 부담 완화는 장기임대주택와 공공자가주택 확대 등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4% 이상 성장률 달성”
문 대통령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빠르고 강한 회복’으로 내다본 3.2%보다 0.8%포인트 이상 높인 셈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전기 대비)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수출도 4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기존 전망보다 0.5%포인트 올렸고, 엘지(LG)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도 최근 4%대 성장을 내다본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접 언급한 것은 경기 회복 자신감과 재정 투입으로 더 빠른 회복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고 방역 안정에 맞춰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언급한 코로나 상황 뒤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한 ‘으샤으샤 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다시 피력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국제기구도 한국 성장률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되면 그동안 펼쳐온 거시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4.1% 성장률을 내다보면서 통화정책을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훈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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