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5.9%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적으로 회복세가 완연한 가운데 백신 보급 속도 등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이 ‘불균등 회복’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대외연구원은 11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예상치 5.0%에서 0.9%포인트 상향 조정한 5.9%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초 세계 경제성장률을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5.6%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의 배경에는 미국 등 선진국의 성장률 예측치 상승이 있다. 대외연구원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6.8%로 상향 조정했다. 안성배 대외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반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실업률의 빠른 개선 등 고용시장이 회복세 신호를 보이고, 개인 대상 현금지급과 실업수당 연장지급 등의 영향으로 소매 판매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으로 이미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유로 지역 역시 기존 전망치 3.7%에서 4.4%로, 일본은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사이에는 회복세 ‘온도 차’가 상당하다. 신흥국은 백신 조달이 상대적으로 지연되는 데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여력도 적은 탓이다. 김흥종 대외연구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전망 키워드를 ‘불균등 회복과 차별적 정책 경로’로 꼽으며 “팬데믹 수렁에서 빠져나가는 데는 백신 보급과 적극적 경기부양책, 양 측면에서 여력이 있는 선진국이 더 나아 보인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여러 정책 여력이 크지 않아서 불균등한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신흥국의 더딘 회복세가 장·단기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외연구원은 전반적인 세계 경제 회복에는 낙관적 분석을 내놨다. 김 원장은 “과거 경제 충격은 전쟁으로 인프라가 부서지거나 공장이 망하는 식인데, 이번에는 전 세계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을 통해 공급능력을 유지시켰다”며 “공급능력 자체가 훼손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반등이 가능하고 코로나 이전의 정상 성장 추세를 거의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 시장금리의 완만한 상승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정책금리 인상이나 양적 완화 축소로 정책 기조가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안 실장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금리전망을 보면, 기준금리는 거의 변화가 없이 거의 제로(0) 상황이고, 시장금리는 10년물 국채금리 기준으로 미국·독일·일본 모두 서서히 상승할 전망”이라며 “정책금리 인상이나 양적 완화 규모 축소 등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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