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 요구, 무리한 걸까요?

등록 2021-05-28 19:44수정 2021-05-29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포털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 공동취재사진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포털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 공동취재사진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프로그램 명령어의 집합)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앞자리에 불려 나오는 예는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이용자 8천만명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정치 컨설팅 업체를 통해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쪽에 전달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난 사건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수집되고 분류·분석된 정보가 정치적 편향성 강화와 여론 왜곡에 동원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자주 꼽힌다.

국내에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들의 말에 응대하도록 설계된 채팅 로봇 ‘이루다’가 혐오와 차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벌어진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배차 논란도 알고리즘 공정성 시비와 얽혀 있었다.

당장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알고리즘 공정성 시비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업체들의 뉴스 처리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뉴스 배열에서 편향성이 드러나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처리 기준이 뭔지 알고리즘을 공개해 검증을 받으라는 주장이 나오고, 입법화 시도로 연결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이달 들어 발의한 신문진흥법 개정안, 앞서 3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그 예다.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한 업계 쪽에선 당연히 반대 뜻을 비치고 있으며 그 명분의 실마리는 ‘영업 기밀’이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반대에 나서지는 않아도 회사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무리수이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를 잘 몰라 오해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여기에 배어 있다.

논란에 얽히기 싫다며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기업 창업자는 “알고리즘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문제(뉴스 편향성 시비 등)가 해결된다고 보는지, 어디까지 공개하라는 건지 의문”이라며 이를 기업 회계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업 회계 자료를 보더라도 큰 원칙에 해당하는 항목은 공개·공시하지만, 개별 항목을 일일이 외부에 드러내놓지는 않는다. 영수증이나 거래계약서는 탈세 같은 문제가 제기됐을 때 감독 당국에서 들여다볼 뿐이지 않은가.” 알고리즘 공개 요구는 기업 회계로 치면 영수증이나 계약서 따위까지 다 일반에 공개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공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공개하더라도 실익을 볼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개 찬성 쪽인 오병일 진보넷 대표는 “소스 코드(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텍스트 파일)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개의 수준은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냐, 비공개냐’라는 단선적인 대립 구도로 볼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뉴스 알고리즘이면 어떤 원칙에 따라 배치하는지, ‘배달의 민족’ 검색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광고비 기준인지 또는 가까운 곳 순인지 정도는 이용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쪽에서 나오는 ‘영업 기밀’ 주장에 대해 오 대표는 “영업 기밀이라 하더라도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며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한 사회의 담론,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 뉴스에 국한해 얘기할 것만도 아니고 다른 영역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했다.

공개 찬성 쪽이라 해도 입법을 추진하는 쪽과 합치하지는 않는다. 공개 영역이나 범위에 대한 견해가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데다 입법 형식에 대한 이견이 불거져 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서채완 변호사는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가 정보통신서비스나 신문업에 한정돼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나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를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관련법 규정에 넣든지, 새로운 법률안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 공개 여부나 폭, 관련 입법의 방식, 입법 뒤 예상 효과에 대한 많은 논란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업계 쪽에서 ‘알고리즘은 객관적’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는 점이다. 알고리즘도 감정을 지닌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일 뿐이어서 누가 어떻게 구성하고, 구성 요소나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에 달라진다는 인식은 일반에도 널리 퍼지고 상식으로 굳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 입법의 현실화와 무관하게 뉴스 포털처럼 거대한 영향력을 쥔 플랫폼 기업들이 공정성과 관련한 기준·원칙을 제시해 검증받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