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중구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생산이 급감하면서 4월 산업생산이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사상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업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제조업 생산이 일부 조정을 받은 영향이다. 반면 소비는 8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2015년=100)는 111.4로 지난달보다 1.1%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전산업 생산은 2월(2.0%), 3월(0.9%)에 두달 연속 증가하다가 4월 감소로 돌아섰다. 전산업 생산 감소에는 광공업 생산 감소(-1.6%) 영향이 컸다. 광공업 생산 중 제조업 생산이 1.7% 줄었는데, 반도체가 10.9% 감소한 여파다. 반도체 감소 폭은 지난해 4월(-14.7%)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통계청은 반도체 생산 급락을 ‘일시조정’이라고 분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지수는 5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달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번 달에는 기저효과가 작용해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어 심의관은 “경기적 요인에 의한 생산감소가 아니다”며 “반도체 업체들은 분기 단위 계약을 선호해 분기 마지막 달에 생산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효과로 숙박·음식점(3.1%), 예술·스포츠·여가(3.2%) 등이 개선세를 보이며 0.4%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110.2로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2.3% 증가했다. 지난해 8월(3%) 이후로 가장 큰 증가폭이다. 화장품, 의복, 통신기기·컴퓨터 등에서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어운선 심의관은 “날씨 요인으로 야외활동 수요가 증가하는 게 가장 큰 요인이고,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고용 상황이나 자영업 업황이 미약한 수준이지만 나아지고 있어서 소비 여력을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 증가’의 효과를 모두가 누리는 것은 아니었다. 1년 전보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8.9%)과 대형마트(-1.2%) 판매는 줄었는데, 면세점(51.6%)·백화점(30.6%)·인터넷쇼핑이나 홈쇼핑 등 무점포소매(15.3%)는 큰 폭으로 늘어 극심한 양극화 경향도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증가해 전월대비 3.5% 늘었고, 건설기성은 토목 공사실적이 줄어들어 0.8%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1포인트 오른 101.3이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상승해 103.6으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개월 연속 상승해 2009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기간 상승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산업동향은 광공업·전산업 생산이 일시조정을 받았으나 대부분의 주요 지표가 코로나19 위기 전 수준을 상회하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 및 심리 회복 등은 향후 지표 흐름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코로나19 상황 지속, 공급망 차질 우려 등 불확실성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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