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대파를 판매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 상승을 보이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지난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반사효과’라며 일축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15=100)는 107.46으로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지난 4월(2.3%)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 오름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0%대를 이어오다가 올해 2월부터 매달 오름폭을 키워왔다. 미국의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4.2%를 나타내는 등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5월 물가상승률(-0.3%)이 매우 낮았던 것의 반사효과라는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굉장히 낮았다. 기저효과로 인해 6∼7월까지는 2%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농축수산물이나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둔화되거나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하반기 부터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실제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두 품목의 물가상승 ‘기여도’ 합계는 1.8%포인트로 5월 물가상승률 2.6%의 7할을 차지한다. 농·축·수산물은 파(130.5%), 마늘(53%), 달걀(45.4%) 등 가격이 오르면서 1년 전보다 12.1%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도 23.3% 올라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뛰었다. 휘발유는 23%, 경유는 25.7%, 자동차용 엘피지(LPG)는 24.5% 올랐다.
개인서비스 가격이 2.5% 상승하는 등 서비스 영역도 물가 인상에 크게 기여했다. 보험서비스료(9.6%), 구내식당식사비(4.4%)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집세도 1년 전보다 1.3% 올라 2017년 10∼11월(1.4%)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 경제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때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 진단이다. 실제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1.5%로 안정권에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안정적”이라며 “오히려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추경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것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코디네이션을 정교하게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할 가능성이 큰데, 여기에 정부의 재정 지원 등으로 시중에 돈이 더 풀리면 ‘과열’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저효과를 제외한 전월비로 보면 물가 상승률은 0.1%로 연초 조류독감 발생과 한파 등으로 확대되었던 전월비 물가 흐름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기관 모두 연간 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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