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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엑손을 무릎 꿇린 ‘엔진넘버원’…ESG 투자도 통할까

등록 2021-06-07 09:13수정 2021-06-07 09:23

거대 정유회사 엑손모빌과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한 엔진넘버원
‘ESG 투자’ 겨냥한 ETF 출시

실제 투자는 펀드매니저에 달려
ESG 평가와 성과보수 연계 추진

고수익 올렸던 담배·도박 투자
ESG 투자는 ‘죄악주’ 딜레마 극복할까
지난 2018년 4월2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엑손모빌의 로고가 떠 있다. 엑손 경영진은 최근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 행동주의 펀드에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2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엑손모빌의 로고가 떠 있다. 엑손 경영진은 최근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 행동주의 펀드에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연합뉴스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을 주총에서 무릎 꿇린 행동주의 펀드(주식을 매수한 뒤 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가 상승을 추구하는 펀드)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이에스지(ESG: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투자를 겨냥한 첫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았다. 엔진넘버원은 최근 엑손 경영진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을 이사로 임명하라고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는 경영진과 표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외신들은 엔진넘버원 쪽이 엑손 이사회에 3명의 이사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직원 22명, 자산 2억4천만달러의 소규모 펀드인 엔진넘버원의 승리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승리’에 비유될 만했다.

엔진넘버원이 ‘더 트랜스폼 500’이라고 이름 붙인 이티에프는 이에스지 투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엔진넘버원은 이티에프가 투자한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직원들의 노동 환경 등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엔진넘버원의 이에스지 투자가 엑손을 상대로 거둔 승리처럼 해피엔딩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이에스지 펀드의 목표 달성 여부는 실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달려 있다. 투자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펀드매니저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이에스지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펀드매니저는 투자 수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 보수로 받는 독특한 보상 체계를 따른다. 투자 수익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아예 성과 보수를 받지 못한다(일정 기준을 넘으면 투자 수익의 20%까지 받는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는 당장 수익이 많이 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하지만 환경과 사회책임 등을 강조하는 이에스지 투자는 당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이에스지는 펀드매니저에게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 못 된다.

이런 이에스지 투자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펀드매니저의 보상 체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유럽과 미국 사모펀드업계에서 일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성과 보수를 이에스지와 연계시키는 것이다. 유엔의 지속개발위원회의 17가지 목표(빈곤 종식, 성평등, 기후정의 등)를 반영한 이에스지 평가지표를 얼마나 잘 따랐는지에 따라 성과 보수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투자 수익과 이에스지 반영 정도를 모두 측정한 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성과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스지 투자는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금융학자 프랭크 파보지와 해리슨 홍 등이 발표한 논문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논문은 ‘죄악 산업’(sin stock)이라 불리는 담배와 도박에 대한 투자 수익을 오랜 기간(1970~2007년) 추적했는데, 결과는 죄악 산업에 투자한 펀드들이 시장 대비 높은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죄악 산업의 기업들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동시에 죄악 산업은 자본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렵다.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존 기업들은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죄악 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이른바 ‘죄악주 프리미엄’(sin premium)을 누린 것이다. 이에스지 투자는 죄악주 프리미엄을 없앨 수 있을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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