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점차 경기회복의 기미가 나타나면서 ‘비상체제’를 마무리하고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는 기획재정부가 8일 펴낸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6월호의 기고문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 재정운용방향’을 통해 “최근 발표된 각국 예산안을 중심으로 해외 주요국의 재정운용방향을 살펴보니, 다수의 국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운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 또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 주요국 재정의 역할은 가계·기업 및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는 경제회복과 고용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고용유지 정책, 저소득층 소득보장·조세감면 등 ‘생계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지출을 통제할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투자를 바탕으로 한 성장지원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향후 5년 동안 연방채무를 80% 이상 줄여나갈 계획을 밝힌 가운데, 오는 9월부터 대부분의 경제적 지원을 종료하고 고용지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각국의 노력도 눈에 띈다. 영국은 차입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축소하기 위해 2023년 4월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도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세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역시 중기적 목표로 일반정부의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로 설정했고, 2023년부터는 차입 없는 재정균형을 대원칙으로 하는 채무제한법(Schuldenregel) 규정을 재적용하기로 했다. 이 규율에 따르면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목표는 국내총생산 대비 0.35% 이내로 제한된다.
한편 미국은 아직 재정 여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다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소 계획을 내놨다. 지난 3월에 마련된 미국 구조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바탕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중산층을 위한 대규모 세액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중국의 경우, 이미 경기부양책보단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중국은 1조 위안 규모의 코로나19 특별 국채를 발행했으나 올해는 더이상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규모도 1천억원 위안 가량 줄였다. 중국은 과학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삼고 오는 2025년까지 연구개발(R&D) 지출을 연평균 7% 이상 늘려가기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내년 예산안 및 중기계획을 수립할 때,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경제적 측면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및 성장을 위한 투자를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출구조조정, 조세제도 정비 등을 통해 재원 및 재정의 효과성·효율성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운용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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