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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 증시는 어디로

등록 2021-08-09 07:32수정 2021-08-09 15:10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올해 1월 이후 각국 증시 움직임을 보면 뚜렷한 차이가 발견된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크게 떨어졌다가 되올라 지금까지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국 증시는 전염병 확산의 충격은 덜 받았지만 지난해 7월이나 지금이나 주가 수준이 비슷하다. 그런가 하면 한국 증시는 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의 충격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미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후 올해 1월까지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했고 2월부터 7월까지 거의 6개월 동안엔 좁은 범위의 움직임을 보였다.

수치로 보면 더 분명하게 확인된다. 우리나라 코스피 기준으로 저점이었던 지난해 3월 19일 이후 올해 1월 25일까지 한국 증시는 120%의 상승률을 보였고, 미국과 중국 증시는 각각 60%와 34% 올랐다. 그런데 1월 25일 이후 최근까지를 보면 코스피가 2%,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 오른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 이상 내렸다. 요약하면 미국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중국은 지난해 중반부터 지금까지 정체, 한국은 올 초까지 크게 오른 후 역시 정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 증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증시가 구조적으로 미·중 양국 경제와 증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경제 규모의 나라이고, 달러 유동성 흐름을 통해 글로벌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역시 압도적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한 세계 1위 교역 국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20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326억 달러인데, 이는 총수출의 25.8%에 이른다. 미국 증시가 좋을 경우 당연히 우리 증시도 오를 확률이 높지만, 중국이 나쁘면 미국만큼 오르긴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 증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 주가 수준이 높아진 것도 이후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던 방역, 언택트 환경 아래에서 나타난 소비 패턴의 변화에 잘 적응한 우리 산업 포트폴리오, 막대한 개인 투자 자금의 유입이 어우러지며 주가를 크게 끌어 올렸지만, 올해 1월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느린 백신 접종 현황과 집단 면역과 함께 나타날 소비 패턴의 변화 가능성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양국의 서로 다른 경제와 증시 움직임은 분명 올해 우리 증시의 움직임을 밋밋하게 만든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당분간 현재의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미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며 활동이 제한된 탓에 지난해 내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았으나, 2년 연속 막대한 정책을 쏟아붓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며 올해 상반기부터 경제가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고 고용시장은 회복 중이다. 미국만 보면 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경제와 증시에는 여전히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성장률 자체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유럽 등과 달리 정책 사용에 절제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금리를 소폭 인하했지만 이후 올해 7월까지는 15개월간 3.8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가격의 급등락이 몰고 올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대규모 소비자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는 점, 해외 상장으로 그러한 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위험 요인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 역시 아직은 중국에 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중 정책이 더 강력해지고 광범위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선진국 기업들보다 아직 기술력이 뒤지는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내수 시장과 세계 제조공장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상황이 미국 의도대로만 전개되진 않겠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쉽게 수그러들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우리 증시는 여전히 반복적인 조정과 느린 상승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K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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