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명지대 교수)은 감사원의 금감원 사모펀드 감사 결과가 매우 부당하고 불공정해 더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원승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명지대 교수)은 사모펀드 부실 문제가 터져 나온 시기인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초까지 금감원에서 자본시장·회계를 담당한 책임자였다. 그런 만큼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결과를 보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금감원에도 사태의 책임이 있지만, 업무태만을 이유로 직원 2명을 중징계하라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매우 부당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젊은 직원 2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아 더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다.
―감사원은 공직사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몸을 담은 이들은 자칫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감사원에 대해 실명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에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는가?
“주위에서 만류했으나, 그것이 인터뷰 여부를 결정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으로서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금감원도 감독기구의 하나로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퇴임 후 이에 대해 언급을 하면 책임회피로 보일 수도 있어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언급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는 금감원이 책임감을 갖고 감독기구 스스로도 개선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나, 사전감독 부실을 사유로 금감원의 실무 직원이 억울하게 중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판단되었고, 같이 일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서 침묵할 수는 없었다.
두번째로, 감사원은 사모펀드 사태를 금감원의 사전감독 부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는 법령과 규제체계, 감독체계 등 종합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서, 금감원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사모펀드 부실화와 투자자 피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사모펀드 부실화는 발생할 것이어서 이에 대한 엄정한 사회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 1년이라는 상당히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데, 그 결과는 매우 초라한 것 같다.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투자 손실만 해도 무려 6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금융스캔들이 벌어졌는데, 이런 일을 초래하고 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감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짚지 못하고 금감원 직원 몇명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린 것 같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감사원의 핵심 주장은 금감원의 사전감독 부실이다. 그러나 감사원 조치는 1년에 걸친 장기간의 대규모 감사에도 불구하고, 당초 공언한 체계적인 감독 제도의 미비와 관련한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결과다. 특히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첫째, 지적 사항 대부분은 옵티머스 펀드에 관련한 것인데, 사전감독 부실은 특정 펀드 부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감독 부실에 대한 판단은 관련 규제와 금융감독 제도 전반, 그리고 당해 사안과 관련한 여러 부처와 감독기구들의 전체적 행태에 대한 종합적 검토에 기초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결여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감사는 실패한 감사다.
둘째, 징계건 다수가 옵티머스 사건이 발생하기 1~2년 전에 있었던 직원의 일상적인 업무를 문제삼은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지적조차 금감원의 자체 업무규정이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감사는 불공정한 감사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금감원 직원 2명에 대해 업무태만을 이유로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들 직원에 대한 중징계가 타당하다고 보는가? 타당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직원 모두 업무태만을 사유로 징계하도록 요구받았는데, 업무태만이라는 것은 결국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즉, 사후적으로 나타난 옵티머스의 부정 행위에 대한 결과를 기초로 해당 실무자가 미리 알 수 있었음을 추론하고, 이에 기초하여 실무자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옵티머스 부정 행위를 사전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모든 펀드에 문제가 발생할 때, 사전에 해당 펀드와 업무를 했던 모든 감독자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적어도 징계를 하려면 금감원 직원이 규정과 상식에 의거하여 전문가로서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하고 이를 위배했을 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 직원이 징계를 받을만한 규정 위반이나 주의노력 부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두 직원의 징계는 소위 ‘별건 감사’의 결과다. 금융회사 감독이 아닌 조사업무에서의 민원 처리나 국회의원에 대한 서면 답변 과정에서 발생한 사유를 들어 징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본질적인 감독 실패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이다. 사전감독 부실의 책임을 이들 업무를 담당한 직원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이러한 감사원의 조치는 결국 금감원의 사전감독 부실 책임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었던 감사원이 감사를 정당화하는 희생양으로서 무리하게 일부 실무 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금감원이 민원 처리나 사건 조사 때 검찰에 공문 등을 통해 수사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통상적으로 검찰로부터 이런 확인 절차를 밟아왔는가?
“역으로 질문한다면 검찰이 수사 내용을 금감원에 직접 공문으로 통보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수사기밀의 유출이 되는데, 검찰이 법을 위반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검찰에게 보내진 한국거래소의 심리 결과 문서를 기초로 검찰이 해당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감사원은 감사를 할 때 사전에 일정한 프레임(틀)을 짜고 와서 여기에 끼워맞추는 식으로 감사를 진행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번 사모펀드 관련 감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있었나?
“다수 금감원 직원들로부터 감사원 직원들이 해당 사실을 설명해도 전혀 듣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토로를 들었다. 특히, 작년 10월 옵티머스 사태가 단순히 감독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감사원의 자세가 잘못을 질책하는 등 더욱 고압적인 자세로 전환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해당 직원의 불이익 때문에 말을 할 수는 없으나,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내용이 전체 사실을 전부 기술하지 않고 왜곡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감사를 한 정황도 들을 수 있었다.”
―사모펀드 사태는 당초 금융위원회가 2015년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단행해 사모전문운용사 설립을 자유롭게 하고, 고위험 금융상품을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들까지도 투자할 수 있게 해준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애써 이 부분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왜 이런 식의 감사가 이뤄졌다고 보는가?
“사실 사모펀드의 부실과 투자자 피해는 이미 2015년에 잉태됐다. 이른바 규제완화를 통해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운용 규제도 거의 받지 않고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금감원의 검사 기능도 무력화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악했다. 이러한 점이 분명히 지적되고 있음에도 정책 권한이 없는 금감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감사원의 태도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잘못은 관료가 하고 책임은 금감원이 지는 이런 비정상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금융감독의 중립성은 흔들리고, 책임성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감사원 감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처럼 감사원이 금감원의 책임을 부각한 것에 혹시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지는 않나?
“그것을 섣불리 속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감사원은 스스로 정치적인 중립성을 위배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모펀드 사태는 현장에서 실제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특히, 자본시장이 팽창하는 상황에서 이 부문에 대한 상시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이 점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어떤 형태로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감원도 상시감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성 강화와 체계적인 감독 방식과 내부조직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함께 현재의 사모펀드를 둘러싼 법규와 제도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원론적으로 볼 때, 사모펀드 제도는 시장의 자율적 규제 하에서 투자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즉, 개별펀드의 건전성은 시장에 의한 자율 규제에 기초해 유지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에 따르더라고 은행에 대한 감독과 달리 금감원이 개별펀드의 건전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금감원은 사전감독이 아닌 사후검사 및 제재를 통해서 시장을 규율하는 감독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또한 펀드에 대한 상시감시시스템도 개별펀드의 건전성이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에서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금감원이 더욱 노력하고 개선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내일이라도 어떤 개별 펀드에서 부실이나 부정행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놀랄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국에서도 사모펀드는 실제로는 규제 대상 밖으로 치부하고 일정한 정보만을 받는 것으로 감독체계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는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의 자율적 규제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미국과 달리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사태의 교훈은 어설프게 미국의 제도를 본받아 금융업자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건전성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모펀드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법 개선의 내용은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지도 않았고,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판매사에 펀드운용을 견제 감시할 의무를 부여한다고 했는데,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판매사에 개별펀드의 건전성까지 감시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고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다. 진정 사모펀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015년 있었던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대폭 개선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