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취소소송을 담당한 1심 재판부가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과정의 부당행위를 판결문에 기록하며, 개인 일탈이 아니라 회사의 관리 부실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의 손 회장 징계 취소소송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이 징계 근거로 삼은 다섯 가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실 가운데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를 위반한 사실만 인정했다.
우리은행은 최초의 디엘에프 상품선정절차에서 상품선정심의회 의결을 서면으로 진행했다. 위원 1명이 ‘반대’ 평가표를 제출하자, 상품 출시 담당 직원은 해당 위원을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다른 직원으로 교체한 뒤 새로 ‘찬성’ 평가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
리스크총괄부 소속 위원 2명이 평가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그 가운데 1명은 명시적으로 제출을 거부했는데도, 상품 출시 담당 직원은 해당 위원의 의견을 ‘찬성’으로 처리해 위원회를 통과하게끔 만들었다.
그 외에도 2017년 10월에 열린 디엘에프 상품선정위원회에서는 위원 1명의 평가표가 위조됐고, 불출석한 위원 2명의 의결이 ‘찬성’으로 취급됐다. 2018년 12월에 열린 디엘에프 상품선정위원회에서는 거부권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소속 위원이 반대해 상품이 출시될 수 없었는데도 그대로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펀드 지침은 상품선정위원회의 의결과 관련해 정족수 외엔 아무런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고, 의결에 참여한 위원들에게 최종적인 의결 결과를 전달하는 절차조차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내부통제절차의 기본이 되는 정보 전달·유통의 전제조건 자체를 완전히 형해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품선정위원들은 투표결과를 조작하고 불출석 위원의 의견을 찬성으로 표시하는 과정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상품개발 추진부서의 과도한 영업이익 추구로 인한 소비자 위험을 견제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기능하지 못했다”며 “이는 단순히 담당 직원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위원회 내부 정보유통의 핵심적인 사항마저 규정하지 않아 ‘위원회’가 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할 기본적인 전제조건조차 마련하지 않은 데에서 기인했다”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다만 나머지 4개 조항은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임했던 손 회장을 징계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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