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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이

등록 2021-09-05 18:02수정 2021-09-06 02:30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최석원ㅣ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8월 들어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금리를 올렸다. 반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을 통해 정책금리 인상을 위해서 더 강력한 성장과 고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완화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파월 의장은 시장이 우려하던 연내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관심을 금리 조정에 대한 논의로 성공적으로 돌린 모습이다.

작년 8월에도 파월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움에서 연준의 장기적인 통화정책 발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이후 통화정책의 방향이 고용 회복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연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연설 이후 미국 금융시장은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통위 이후 변동성이 다소 커진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9월 초까지 기술주를 중심으로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왜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을까? 사실 물가 상승률을 중심에 뒀던 과거 통화정책을 기준으로 보면 두 통화당국의 결정은 부자연스럽다. 비록 목표로 하고 있는 물가보다 높은 수준이 수 개월째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 중반에 머물러 있고,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이 기준으로 하는 개인소비지출물가 역시 3%대로 목표인 2%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따라서, 물가보다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지향하는 또 다른 목표인 고용과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랐던 게 이번 결정의 차이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불균형의 완화가 이번 통화정책의 주된 이유 중 하나임을 암시했다. 결국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더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때문에 금리를 인상했다는 얘기다. 이미 금융당국 주도의 가계부채 제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3기 신도시 입지 지정과 같은 정부의 공급 대책이 예고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언급한 금융불균형은 사실상 주택 가격이 거품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반면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는 자산, 특히 주택 가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그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고용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장단기 정보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거품 여부를 알 수 없는 자산가격을 평가하고 이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충격이 거둬지고 났을 때 맞이할 경제 환경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아닐까? 아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다. 6월 통계까지 발표된 미국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를 보면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이 18.6%에 달하고, 20대 도시의 경우에는 상승률이 19%를 넘어선다. 같은 기간 KB부동산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19% 이상 오른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평가나 통화당국의 대응이 아니라, 200만호 공급과 우리로선 의아하게 보일 만한 모기지 확대라는, 다분히 실수요자 편의를 중심으로 한 주택 정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가격은 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현재 시장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8월의 통화정책 차이는 주택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춘 한은과 고용 확대에 초점을 맞춘 연준의 기본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결정이 옳은가 그른가는 중요하지 않다. 두 통화당국이 계속 그 방향으로 갈 경우 투자자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현재 한은의 입장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국내 정책금리는 추가로 오를 것이다. 빠르면 올해 중에 추가적인 인상이 예상된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 오르지 않아도 지금 현재 가격이 거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고용이 극대화할 때까지 금리 인상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한 귀결로 미국의 증시는 당분간 우리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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