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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외환·자금시장 안정세…주가 하락폭 제한될 듯

등록 2022-02-06 17:43수정 2022-02-07 02:00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올해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긴축 발작에 따른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지만, 1월 말부터 급한 반등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의 입장도 크게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긴축에 비해 현재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긴축 발작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미 주가 하락이 충분히 진행됐고 앞으로는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주장한다.

급격한 주가 하락을 주장하는 견해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일부 기술주의 고평가 문제도 있지만, 고공 행진을 거듭하는 물가와 유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 등은 유동성 흡수가 경기와 증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질 만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재작년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증시의 대폭적인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를 정말 큰 위험에 빠뜨리는 외환 및 자금시장의 혼란이 관측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 거래 금리와 연방기금금리 사이의 차이인 오아이에스(OIS) 스프레드는 10bp(1bp=0.01%포인트) 미만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한국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bp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긴축 우려에도 각국의 명목 시장금리는 물가상승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시는 불안하지만 과거 위기 상황에 비해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은 안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증시를 판단하면서 외환과 자금시장, 채권시장의 혼란 여부를 살펴보는 까닭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경우 증시 폭락의 주요 원인이 이들 시장의 불안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식의 기본적 가치는 기업의 자산과 이익 전망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수십 퍼센트씩 변화하지 않는다. 물론 특정 기업이 파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통화 당국의 긴축만으로 많은 기업들의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 무엇보다 그런 상황이 되면 통화 당국의 정책 자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 긴축과 경기 침체하에서 주가 하락 폭은 20~30% 정도에 머물고, 그 이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주가 하락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자신의 안정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포함한 자산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이 자국 통화표시 자금 조달, 나아가 외환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금융기관 상호 신뢰도가 깨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상황에서 나타난 글로벌 금융기관 간 거래 금리의 급등이나, 신흥국 환율과 외화조달금리의 급등은 금융기관들이 자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표시 자금과 외환 확보에 나서고, 반대로 타 금융기관에는 자금 제공을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각 금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도해 현금 확보에 나서며, 결국 자산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또한 그 이전 단계의 자산가격 상승이 부채에 의존한 정도가 클수록, 신용위험이 큰 기업이나 국가의 자본일수록 가치 하락 폭은 더 커진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 중 위험도가 높은 것들을 먼저 매도하려 나서기 때문이다. 신흥국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대로 외환, 자금, 채권시장에서 그러한 위험이 통제될 때는 주가의 하락 폭도 제한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팔지 않아도 될 여유가 있다면, 기본적인 가치보다 크게 떨어진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긴축의 초기 단계이고,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경기 침체를 감수할 정도로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이 관찰되기 전까지 증시 변동성은 계속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 자금시장이 안정을 유지하는 한 이미 떨어져 있는 주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 변동성이 주는 공포에 짓눌리기보다는 평정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다.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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