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펀드’ 증권·부동산·선박등 투자
‘칸막이’ 해체…대형화·전문화 급류
손실 가능성 설명안하면 배상 책임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투자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내에서 인가받은 외국계 투자은행을 통해 외국의 금융투자상품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법압 모델로 주요 내용=핵심은 자본시장의 업무영역과 상품개발에 대한 제한을 과감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본시장은 증권·선물·자산운용 등 6개 업무영역으로 엄격하게 나뉘어 있었다.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설계는 현재 법에 열거된 것만 가능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은행이 출현하지 못하고 상품 개발도 외국계에 크게 뒤처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투자회사’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직접투자, 증권서비스 등 모든 금융투자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설계 및 취급 가능한 금융투자상품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해 ‘투자성’을 갖고 있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진다. 새로 도입되는 ‘판매 권유자’는 보험설계사처럼 집이나 사무실 등을 방문하거나 전화 등을 통해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다만 판매 권유자는 증권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하며, 자기 명의나 계산에 의해 판매하는 것은 금지된다. 투자자들은 증권계좌를 통해서도 신용카드·자동이체 등 결제나 송금, 수시입출금 등의 은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펀드 종류별 투자대상에 대한 제한도 폐지된다. 현재 펀드는 투자대상 자산에 따라 증권·파생상품·부동산·실물펀드 등으로 구분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펀드자산의 일정액(50% 정도)을 한 자산에 투자하면 나머지 금액은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예컨대 증권펀드의 경우 펀드자산의 50%를 증권에 투자하면 나머지는 부동산이나 원유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혼합자산펀드’는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운용자산을 바꿀 수 있다. 규제는 푸는 대신에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는 대폭 강화된다. 금융투자회사가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한 뒤 투자자로부터 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도록 하는 ‘설명의무제’가 도입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날 경우 금융투자회사에 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금융투자회사는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태 등을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해 서명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의미와 과제=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지금까지 칸막이식 규제로 인해 대형화가 지연되고, 창의적인 금융상품이 개발되지 못해 선진국에 견줘 발전이 더뎠다. 이 법안은 이런 규제를 거의 모두 없앴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도 변화로 평가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이 법안은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의 금융서비스개혁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며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제도 정비 이후 자본시장 규모가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현재 보수적인 은행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적극적인 위험분담을 하는 자본시장이 발전할 경우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금융의 역할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상충’ 등 감독 과제 그러나 자본시장 발전은 업체들이 대형화와 전문화에 성공해야 가능하다. 적극적인 위험분담과 다양한 첨단 금융상품 개발은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자산운용과 상품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예컨대 한 회사가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자산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투자은행 육성과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내부 공모행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손실 가능성 설명안하면 배상 책임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투자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국내에서 인가받은 외국계 투자은행을 통해 외국의 금융투자상품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법압 모델로 주요 내용=핵심은 자본시장의 업무영역과 상품개발에 대한 제한을 과감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본시장은 증권·선물·자산운용 등 6개 업무영역으로 엄격하게 나뉘어 있었다.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설계는 현재 법에 열거된 것만 가능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은행이 출현하지 못하고 상품 개발도 외국계에 크게 뒤처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투자회사’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직접투자, 증권서비스 등 모든 금융투자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설계 및 취급 가능한 금융투자상품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해 ‘투자성’을 갖고 있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진다. 새로 도입되는 ‘판매 권유자’는 보험설계사처럼 집이나 사무실 등을 방문하거나 전화 등을 통해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다만 판매 권유자는 증권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하며, 자기 명의나 계산에 의해 판매하는 것은 금지된다. 투자자들은 증권계좌를 통해서도 신용카드·자동이체 등 결제나 송금, 수시입출금 등의 은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펀드 종류별 투자대상에 대한 제한도 폐지된다. 현재 펀드는 투자대상 자산에 따라 증권·파생상품·부동산·실물펀드 등으로 구분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펀드자산의 일정액(50% 정도)을 한 자산에 투자하면 나머지 금액은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예컨대 증권펀드의 경우 펀드자산의 50%를 증권에 투자하면 나머지는 부동산이나 원유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혼합자산펀드’는 어떤 자산에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운용자산을 바꿀 수 있다. 규제는 푸는 대신에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는 대폭 강화된다. 금융투자회사가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한 뒤 투자자로부터 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도록 하는 ‘설명의무제’가 도입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날 경우 금융투자회사에 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금융투자회사는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태 등을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해 서명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의미와 과제=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지금까지 칸막이식 규제로 인해 대형화가 지연되고, 창의적인 금융상품이 개발되지 못해 선진국에 견줘 발전이 더뎠다. 이 법안은 이런 규제를 거의 모두 없앴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도 변화로 평가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이 법안은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의 금융서비스개혁법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며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제도 정비 이후 자본시장 규모가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현재 보수적인 은행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적극적인 위험분담을 하는 자본시장이 발전할 경우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금융의 역할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상충’ 등 감독 과제 그러나 자본시장 발전은 업체들이 대형화와 전문화에 성공해야 가능하다. 적극적인 위험분담과 다양한 첨단 금융상품 개발은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자산운용과 상품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예컨대 한 회사가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자산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투자은행 육성과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내부 공모행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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