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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환율 급등 원인과 증시 시사점

등록 2022-05-01 18:06수정 2022-05-02 02:33

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크다. 지난달 29일 되돌림이 있었지만 장중 1270원을 웃돌았다. 2020년 말 1090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1년4개월 만에 16% 넘는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지난 10년간 이런 정도의 상승은 네 번 나타났다. 다른 세 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정책금리 인상을 앞뒀던 2015년 하반기와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경기 둔화가 나타났던 2019년 하반기, 코로나19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던 2020년 봄 정도다.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지자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기업과 금융기관,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이고, 불확실성은 다시 그 자체로 경제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시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외화 조달 시장이다. 교역 주도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안정적인 달러 조달이 원활한 기업 및 금융기관 활동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환율의 급등과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와 자산 시장에 그다지 유리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헤지(위험회피)되지 않은 달러 부채가 많으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일부 산업과 기업에서 높은 유가와 환율 급등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이런 산업과 기업이 많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현재 환율 급등과 변동성 확대가 주로 달러화 움직임에 근거하고, 미국의 높은 물가와 정책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미국보다는 다른 나라들에 악영향을 미쳐 달러화 강세 추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유지시키고 있는 달러화의 특수한 지위는 여전히 공고한 상황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경우 높은 물가는 그 자체로 통화가치 하락 요인이다. 그 국가 내에서 실물가치 대비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긴축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통화가치의 상승 요인으로만 인식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다른 국가보다 물가가 더 높아도, 이를 억제하기 위해 더 빠르고 강한 긴축을 감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도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나 자산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오일 혁명 이후 갖게 된 에너지 시장에서의 지위도 달러화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지속될 때 우리 경제와 자산 시장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 시기에는 수출 제조업 위주인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늘어난다. 하지만 환율 변화가 주로 달러화 강세에 기인할 경우에는 수출 측면에서 우리와 경합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 가치가 동시에 절하되기 때문에 그 영향이 반감된다. 게다가 미국은 산업 구조상 우리와 경합도가 높지 않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와중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오름 폭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 역시 부담이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물가는 예외 없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최근 원화로 환산한 유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00% 이상을 기록 중이고 이는 생산자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식의 물가상승 압력 하에서는 한국은행의 선택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긴축을 늦추면 환율 측면에서 물가 부담이 커지고, 금리를 빨리 올리면 물가 부담은 소폭 줄겠지만, 높은 가계부채 부담 하에서 차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한국 주식투자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판단된다.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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