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 증권시장 주변 유동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실물경제에 비해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통화량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을 ‘마샬 케이’라 한다. 여기서 ‘통화량’은 통상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를 사용하는데, 마샬 케이는 경제위기 때마다 한 단계씩 높아졌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0.50%)까지 인하하면서 통화 공급을 늘렸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1.49였던 마샬 케이가 올해 1분기에는 1.72로 6.4% 증가했다. 이 지표가 증가하는 시기에 대체로 주가는 상승했다. 그러나 마샬 케이가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낮아지고 있다. 3분기는 1.69로 추정된다.
둘째,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돈이 숨고 있다. 협의통화(M1)와 M2 비율로 이를 측정해볼 수 있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및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으로 구성돼 있다. 기대 수익률에 따라 다른 곳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다. M2는 M1에다 정기 예∙적금과 양도성예금 등 시장성 상품을 포함하는 통화지표로 M1보다 유동성이 낮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은행의 예금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최근에는 일부 은행에서 1년 금리가 5% 정도인 정기예금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돈이 예금으로 몰리면서 M1보다는 정기 예∙적금 등이 포함된 M2가 상대적으로 더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M1이 M2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8%였으나 올해 9월에는 35.2%로 낮아졌다. 과거 통계를 보면 이 비율이 감소할 때 주가도 같이 하락했다.
셋째, 단기부동자금이 급감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이란 유동성이 매우 높은 자금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돈이다. 여기에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증권투자자예탁금(고객예탁금)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1586조원이었던 단기부동자금이 올해 9월 기준 1479조원으로 107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래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기부동자금의 전년동월비 변동률이 코스피 변동률에 2~3개월 선행했다. 이는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는 돈도 정체 상태다. 고객예탁금이 올해 1월 말 70조원에서 최근에는 50조원 안팎으로 낮아졌다. 투자수익을 돌려받는 형태의 주식형 수익증권도 올해 들어서 95조원 정도에서 머물고 있다.
요약해보면 실물경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통화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돈이 금리가 높은 은행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단기부동자금이 줄어들고 직접 주식을 사려는 자금도 정체 상태에 있다.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오려면 실물경제에 비해서 통화량이 더 늘어야 하고 은행 예금금리도 낮아져야 한다. 또한 주가도 충분히 싸져야 하는데, 이런 여건이 충족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지루한 조정 국면을 지속할 전망이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