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 2017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조는 관 출신 인사가 민영화한 우리금융그룹 수장 자리에 오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임 전 위원장은 25일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정 절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임 전 위원장을 포함시키면서 수락 여부를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우리금융 임추위가 현재까지 확정한 롱리스트는 임 전 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 에프아이에스(FIS) 사장 등 외부 인사 2명과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법인장 등 내부 인사 5명까지 총 7명이다.
1981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한 임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등을 거쳐 지난 2013∼2015년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이후 2015∼2017년 금융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주도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금융위원장 출신이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후보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위원장 때 민영화 작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우리금융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내부 구조 문제 등을 과도기적으로라도 외부 수혈을 통해 한번 치유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관치 논란에 대해서는 “공무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관치는 아니지 않느냐”며 “현 정권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고 특별한 인연도 없다”고 했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다섯번째)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도전 결사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노조 제공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와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후보 도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끌고 정부 개입이 없을 것이라 약속해놓고 관 출신이면서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모피아 출신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비판하던 자”라며 “이러한 자가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임추위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내부출신 인사를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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