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촬영한 지폐. 연합뉴스
기업 회사채가 올해 들어 채권 발행시장에서 강세(채권 금리 하락)를 이어가며 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회사채 신규 발행물의 신용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 축소는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졌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이 8일 낸 채권 발행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미국의 1월 고용 지표가 나온 뒤 국내 국고채 금리가 최근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만기 3년짜리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 AA-등급) 신규 발행물의 신용 스프레드는 레고랜드 사태 이전보다 더 적은 100bp(1bp=0.01%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해 10월 초 최종 부도처리된 뒤 회사채 신규 발행물의 신용 스프레드는 가파르게 확대돼 한 때 최고 178bp(2022년 12월2일)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대책 본격 시행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빠르게 해소되며 12월에는 30.8bp, 올해 들어 1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49bp나 더 축소됐다. 이어 2월7일 종가 기준으로는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100bp)보다 더 낮은 87bp로 좁혀졌다.
삼성증권은 2월 들어 채권 발행시장에서 국고채보다 회사채 매수세가 더 강해진 것을 신용 스프레드의 축소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1월 고용 지표 호전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6~7일 이틀 동안 회사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불과 이틀동안 채권 발행시장에서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1조3600억원 규모로 부담이 큰 편이었는데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8조원을 넘어 애초 예측치보다 약 5.9배의 투자 금액이 모였다. 삼성증권은 만기 5년짜리 회사채의 발행 스프레드는 3년물보다 더 낮은 40~60bp수준으로 입찰 수요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장기 국고채 금리는 아직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하회하지만 회사채 금리는 과거 수준과 비교해도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장단기 금리 구조상 신용 스프레드의 추가적인 축소 여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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