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기업인 실리콘밸리은행 파이낸셜그룹에 60억~300억원가량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 외에 국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투자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은행 파이낸셜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319만6961달러(한화 약 300억원) 규모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주식 2만87주(462만달러·약 60억2천만원)를 보유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외에 국내 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실리콘밸리은행에 직접 투자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해외에 투자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파악해봤을 때 직접적인 익스포저(원금회수 위험 노출액)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직접 익스포저 상세 내역을 추가로 파악 중이고, 간접 펀드로 얼마나 들어가 있는 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일부가 실리콘밸리은행에 투자하고 있으나, 투자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에 투자하는 펀드 7종이 있으나 대부분 펀드 내 투자 비중이 0.01∼0.02%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실리콘밸리은행을 비롯해 미국 은행주 비중이 큰 펀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0.019% 수준으로 극히 낮아 이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달 8일 기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실리콘밸리은행 주식 투자액도 5억원 미만(지난 10일 종가 기준)의 금액을 보유해 투자 규모가 적은 편이다. 다만 일부 개인 투자자가 9~10일 실리콘밸리은행 주가 급락에 따른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어 최종 투자 규모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0일 키움증권에서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4위에 올랐고, 주간으로도 7위를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도 9∼10일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1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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