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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윤석열 정부, 사사건건 ‘구두개입’…금융안정성 흔들린다

등록 2023-03-15 05:00수정 2023-03-15 08:34

윤석열 정부 관치 논란…전문가 30명에게 물어보니

윤석열 정부의 금융권 개입을 두고 ‘신관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뜨겁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관치 사례는 예대금리차 축소 요구,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 개입 등이다. <한겨레>는 이 문제에 대해 금융회사 전 사외이사, 학자, 전직 관료 등 전문가 30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금융업 특성상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 정부의 관치는 방법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컸다. 법과 제도를 통하지 않고 건건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신뢰를 잃고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예대금리차 문제는 과점체제라는 큰 틀을 흔들 게 아니라 목적에 맞는 정밀한 제도 개선이라는 ‘정공법’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는 이사회 강화로 접근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 터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참고해 고금리 국면에서 설익은 접근으로 금융 안정성을 흔들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금융업 핵심은 공공성…해외도 정부 관리·감독

금융업은 사적 이익이 허용되면서도 공공성에 대한 높은 수준을 요구받는다. 자금을 배분하거나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되면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이 금융사 설립·운영에 인허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금융업 특성상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융회사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일반회사와 다른 탓에 금융업은 규제 산업이며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실질적 정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때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은 전 세계 금융감독 기관이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 관치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이나 수신금리 경쟁 및 대출금리 급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아야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민영화된 기업 경영에 당국이 절대 직접 개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창민 교수는 “당국이 지금처럼 원칙 없이 그때그때 구두로 개입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며 “은행들이 당국 입만 쳐다보고 뭐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자장사’ 핀셋 접근으로… ‘셀프연임’ 이사회 강화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구두개입을 멈추고 법과 제도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법령이나 명확한 기준이 아닌 개별 사안을 두고 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현 정부가 금융권에 개입하고 있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기준금리 인상기 과도한 이자 수익을 챙긴다는 부분과 부적격 인사들의 금융지주 회장 장기 연임 문제다.

이자 장사 문제는 설익은 구두개입으로 제도 개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빨리 오르는 문제를 과점체제 해소로 푸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대금리 차 축소를 위해 과점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박영석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금융위기가 몇 년에 한번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소규모 은행이 많은 경쟁적 시장일수록 많은 은행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리스크를 줄이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의 독과점 체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 안정성을 위해 유지되어온 측면도 있는데 예대금리차 문제를 위해 이를 섣불리 흔드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터진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는 규제를 풀어준 소규모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대금리 차가 문제라면 우선 대환대출 서비스 확대 및 금리 인하 요구권 실효성 강화와 같은 핀셋 접근에 집중하고, 과점체제는 고금리 국면이 지나간 후 중장기 과제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은행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점 산업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독과점을 일부 허용해주는 대신 감독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막고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이라며 “은행권이 가산금리 등으로 이자 장사를 한 부분은 금융감독 강화로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도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거나 신규 제도를 도입하라는 얘기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 임기가 전적으로 회장 손에 달린 현 체제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열심히 공부해 쓴소리를 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한 전직 금융지주사 경영진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임기를 현행 5∼6년에서 3∼4년으로 줄이고, 2+1+1+1 식으로 매년 임기를 연장하는 게 아니라 단임제로 운영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했다.

해외처럼 금융당국이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영국 등에서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주요 임원과 사외이사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이사회와 주주총회 전 적격성 심사를 시행한다. 당국의 개입이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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