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 금양 홍보이사. 머니올라(KBS) 유튜브 캡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며 인기를 얻은 코스피 상장 기업 금양의 박순혁 홍보이사가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모태는 화학기업이지만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이차전지, 자원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금양은 최근 유튜브를 통한 공정공시 의무 위반, 공시를 통한 주가 띄우기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전날 회사에 사의를 밝혔다. 박 이사는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표를 냈고, 오늘(15일)부로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양은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된 상태다. 박 이사가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사주 매각 계획을 언급한 것이 공정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거래소는 16일 오후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금양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만약 불성실공시법인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면 금양은 벌점을 부과받고, 경우에 따라 공시위반제재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1955년 설립된 금양은 올해만 벌써 주가가 162.3% 올랐다. 출발은 화학기업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이차전지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해외자원개발 등에도 눈을 돌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이어졌다. 과열 우려도 나오지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배터리 아저씨와 함께 금양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참고하면, 금양의 사업 확장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976년 거래소에 상장된 금양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화공품 제조와 무역에 초점을 맞춘 회사였다. 하지만 1998년 2대 주주와 소액주주 등이 연합해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업목적에 정보통신(IT) 관련업이 추가됐다. 가장 대표적인 행보가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인수였다. 닷컴버블 분위기 속에서 2000년 9월에 금양은 아이러브스쿨을 계열회사로 편입했고, 2001년 초에는 8억원을 들여 버츄얼 텔레콤의 인터넷폰 사업 부문도 인수했다.
정보통신기업으로의 탈바꿈 시도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계열회사 편입 약 1년 만인 2001년 6월과 11월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아이러브스쿨의 지분을 매각했고, 역시 비슷한 시기 지분을 확보해 계열회사로 편입했던 관련 기업들도 2001년 말과 2002년 초에 계열회사에서 제외됐다.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사업 확장에 나섰던 금양의 재무구조는 악화했고, 이 과정에서 시작된 아이러브스쿨 인수 대금 미지급 법적 분쟁은 19년 만인 지난 2020년에야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증권 출신으로 1998년 금양에 입사해 2001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현 류광지 회장 체제 이후 한동안 금양은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면서 기존 사업들에 집중했다. 2004년에 이온화칼슘, 나노 은 제품, 화장품, 의약품·원료의약품·의약부외품 등의 제조·판매가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되긴 했으나, 그 뒤로 한동안 신사업 진출은 잠잠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금양은 다시 사업 확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2016년엔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했고, 2019년에는 이차전지, 2021년엔 연료전지 관련소재·부품 제조·판매업과 통신판매업 및 전자상거래업, 2022년엔 배터리·소재의 개발, 제조·판매업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올해도 해외자원개발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담으면서 현재 정관에 명시된 사업목적만 26개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우려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이달 각각 민주콩고와 몽골의 리튬광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점이 눈에 띈다. 몽골의 광산개발 면허를 보유한 몬라(Monla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 11일 금양 주가는 하루 만에 18.12%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무협약 체결 이후에도 타당성 조사, 개발허가 취득 등 실제 수익성이 확인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았다는 점을 들어 시장 일각에선 광산개발 관련 공시를 통해 금양이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