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서 드론으로 촬영한 엘니뇨 현상. 연합뉴스
기온이 올 하반기 세계 경제를 좌우할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상 기온이 국제 곡물가격을 흔들며 경제 주체들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는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를 보면, 지난달 말 옥수수와 원당(설탕) 선물 가격은 전월 말 대비 각각 6.6%, 8.7% 하락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달 들어 오르다 월말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올해 내내 꾸준히 상승하며 ‘슈거플레이션’ 우려까지 불러왔던 원당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떨어졌다.
이런 안정세를 흔들 복병으로 엘니뇨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태평양을 에워싸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의 작황 부진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낸 ‘국제원자재시장 동향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이 현상을 짚었다. 센터는 “국제 곡물가격은 우려했던 ‘파종 후 기상악화’가 가시화된 가운데 정치적 변수(흑해 곡물협정)가 가세하면서 상방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날씨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가격 진폭도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여름철이라는 ‘계절 요인’도 곡물 가격 향방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북반구 지역이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냉방 수요가 늘면서 곡물 가격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석탄은 곡물에 사용되는 비료의 원료이기도 하다.
일단 여름은 지나야 곡물가격의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적어도 계절 요인에 따른 부담은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로 (겨울철에) 난방 수요가 줄어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곡물가격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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