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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국민 외환인수, 독과점 논란 가열

등록 2006-03-22 19:17수정 2006-03-22 21:51

점유율 30% ‘공룡은행’…“금융안정성 해쳐’ 지적
당국 “문제없을 것” 지원사격에 특혜 의혹도 일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은행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금융권의 최대 논쟁거리로 불거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을 인수하면 자산이 300조원에 가까운 국내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국민·외환 통합은행의 시장 점유율도 급등해, 이를 정부가 허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것을 알면서도 론스타가 국민은행을 외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두고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2003년 외환은행 불법·편법 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감사원 등의 조사가 시작되자 당황한 정부가 가능한 한 일찍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성사시키려 론스타와 국민은행을 배후에서 교묘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외환은행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갈수록 커지는 은행 독과점 논란=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자산 270조원, 직원 수와 점포 수는 각각 3만여명과 1400여곳에 이르게 된다. 2위권인 신한·조흥 통합은행의 총자산 163조원, 직원·점포수 1만1천명·953곳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공룡은행’이다. 독과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시장점유율 산정에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두 은행이 통합할 경우 매출액(영업수익) 기준 39%, 총자산 기준 33%, 총대출금 기준 34%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업무 부문에서는 57%를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기준’에는 1위 업체가 50%, 상위 3개 업체가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수치에 미달하더라도 시장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면 역시 독과점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어 현재 외국의 사례를 수집해 검토 중”이라며,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독과점 판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국민은행 역시 “시장 범위를 달리 보면 독과점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쪽이다. 시장의 범위에 시중은행과 특수은행까지 넣을지, 또는 수신·여신·카드업 등 어디까지를 포함할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 등은 은행산업 독과점 기준을 시장점유율 10%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유럽 선진 몇몇 나라는 한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40~60%를 차지하는 사례도 있어 한가지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국민·외환의 독과점적 은행이 출범할 경우 소비자 피해와 금융 안정성 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초대형 은행 한 곳이 부실화하거나 선도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전체 금융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산업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허핀달 지수)를 보면, 국민·외환 통합의 경우 집중도가 ‘매우 높음’을 뜻하는 180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은행업은 인가사업인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독과점 여부 판단에서 다른 산업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말했다.

우리은행 등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외환 통합을 인정한 뒤 우리은행 역시 다른 국내 은행이 인수하도록 하면, 두 거대은행이 탄생해 결국 시장 집중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국민은행의 독과점 판정이 앞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재편 방향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민은행 특혜의혹=독과점 논란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밝혀진 론스타의 국민은행 우선협상 대상자 내정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 인수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감독당국 등이 이번 외환 인수전을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끝내 과거의 ‘원죄’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좋아 인수 가능성이 높고, 외국자본도 아닌 국민은행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금감위 고위 관계자가 다른 경쟁후보인 디비에스(DBS)의 대주주 자격을 문제 삼아 사실상 후보군에서 탈락시킨 데 이어, 국민은행 쪽에는 ‘독과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지원사격까지 날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공정위가 금감위의 발언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같지만 이미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대형은행 둘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사실상 국민은행의 외환 인수를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공식화하기 직전 갑작스레 인수전에 뛰어든 점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전부터 외환 인수를 노려온 하나금융지주가 자금조달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다 외국자본의 과도한 국내 금융산업 잠식에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자, 정부·감독당국이 대안적 후보로 국민은행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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