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30% ‘공룡은행’…“금융안정성 해쳐’ 지적
당국 “문제없을 것” 지원사격에 특혜 의혹도 일어
당국 “문제없을 것” 지원사격에 특혜 의혹도 일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은행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금융권의 최대 논쟁거리로 불거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을 인수하면 자산이 300조원에 가까운 국내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국민·외환 통합은행의 시장 점유율도 급등해, 이를 정부가 허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것을 알면서도 론스타가 국민은행을 외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두고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2003년 외환은행 불법·편법 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감사원 등의 조사가 시작되자 당황한 정부가 가능한 한 일찍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성사시키려 론스타와 국민은행을 배후에서 교묘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은행산업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허핀달 지수)를 보면, 국민·외환 통합의 경우 집중도가 ‘매우 높음’을 뜻하는 1800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은행업은 인가사업인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독과점 여부 판단에서 다른 산업보다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말했다. 우리은행 등이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외환 통합을 인정한 뒤 우리은행 역시 다른 국내 은행이 인수하도록 하면, 두 거대은행이 탄생해 결국 시장 집중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국민은행의 독과점 판정이 앞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재편 방향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민은행 특혜의혹=독과점 논란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밝혀진 론스타의 국민은행 우선협상 대상자 내정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 인수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감독당국 등이 이번 외환 인수전을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끝내 과거의 ‘원죄’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좋아 인수 가능성이 높고, 외국자본도 아닌 국민은행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금감위 고위 관계자가 다른 경쟁후보인 디비에스(DBS)의 대주주 자격을 문제 삼아 사실상 후보군에서 탈락시킨 데 이어, 국민은행 쪽에는 ‘독과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지원사격까지 날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공정위가 금감위의 발언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같지만 이미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대형은행 둘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사실상 국민은행의 외환 인수를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공식화하기 직전 갑작스레 인수전에 뛰어든 점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전부터 외환 인수를 노려온 하나금융지주가 자금조달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다 외국자본의 과도한 국내 금융산업 잠식에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자, 정부·감독당국이 대안적 후보로 국민은행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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