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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정치가 금융감독 덮어”…이복현 금감원 ‘검찰화’에 내부 성토

등록 2023-08-29 04:00수정 2023-08-29 13:43

정치도구화에 직원들 부글 “독립기구 맞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을 민주당 대응 도구로 활용 중이신 실세 원장님.”

“원장 정치 욕심에 애꿎은 직원들한테까지 불똥 튈까 무섭네요.”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이복현 원장을 향한 격분으로 들끓고 있다. 이 원장이 라임펀드 재검사 결과 발표 때 합리적인 근거 없이 야당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금감원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감독 기능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탄생한 조직인 만큼 비판이 더욱 거세다. 이 원장이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금감원의 ‘검찰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28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한 금감원 직원은 최근 ‘독립기구가 맞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범죄혐의도 없다면서 보도자료에 국회의원은 굳이 왜 넣었을까”라며 “정말 여기가 금융감독기구인지 인터넷신문사인지 헷갈린다”고 적었다. 댓글란에서도 “이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이냐”는 등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금감원이 라임펀드 재검사 결과 발표 때 ‘다선 국회의원’을 지목한 데 대한 내부 비판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다선 국회의원(2억원) 등 유력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위법행위일 뿐 투자자 쪽의 문제가 아닌데도 투자자를 부각시킨 것이다. 당일 해당 의원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금감원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김 의원의 환매 이면에 부당한 압력이나 대가가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다선 국회의원’이란 표현을 보도자료에 넣은 건 이복현 원장의 지시사항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김 의원의 위법 혐의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그를 지목한 데 대한 비판이 많다. 한 직원은 “금감원에 입사한 뒤로 (금감원 문서에서) ‘합리적인 의구심’이나 ‘부분입니다’라는 표현은 처음 본다”며 “원장님 고생이 많으시다. 부끄러움은 직원들의 몫”이라고 적었다. 앞서 김 의원이 ‘특혜성 환매’라는 표현의 근거를 요구하자 금감원은 “특혜가 제공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라고 한 바 있다. 다른 직원도 이에 대해 “(금감원이) 언제부터 심증만으로 ‘원님재판’하는 기관이었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금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많다. 금감원은 독립된 공법인으로 법제화돼 있는데, 그 배경에는 금융감독 기능이 정치적 압력이나 행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정치가 금융감독을 덮었다”고 적었고, 다른 직원도 “검찰, 감사원에 이어 여기까지… 조직의 앞날이…”라고 했다. 또다른 직원은 “진정한 관료는 비당파적 자세로 행정을 해야 한다”며 이 원장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감원의 ‘정치적 도구화’를 뒤따를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높다. 금감원이 무리해서 특정 정당을 공격하고 나선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직원은 이 원장을 향해 “직원 몇 명만 골로 가겠구나. 나중에 그들 인생도 책임지실 거죠?”라며 “나 몰라라 하지 마세요. 두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직원도 “적어도 기관장이면 책임은 회피하지 말라”며 “다른 이를 공격하려면 당당하게 하라. 애꿎은 국장·팀장 이름 내놓고 아웃복싱 하지 마시라”고 적었다.

이 같은 익명게시판 글들에 대해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끝낸 사안을 (이복현 원장이) 다시 들추는 것부터 내부 총질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재검사 결과까지 정치적으로 비화되니 직원들만 힘든 상황이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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