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3.0원 내린 1,350.5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졌음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이틀째 휘청였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로 하락했으나 코스피는 2400선 초반까지 추락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두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이 취약한 한국 증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다시 5% 내외까지 뛸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0.09%(2.09) 내려간 2403.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2.40% 폭락한 이후 반등에 실패했다. 개인이 3184억원 순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20억원, 51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0.79%(6.38) 하락한 801.0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원화 가치와 국고채 가격은 올라갔다. 원-달러 환율은 13원 하락한 1350.50원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금리는 3년물이 연 4.081%, 10년물이 연 4.322%로 각각 0.027%포인트, 0.029%포인트 내려갔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로 요동쳤던 국내 금융시장이 이틀 연속 혼란을 겪은 것이다. 특히 간밤 미국 금융시장은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취약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4일(현지시각)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735로, 연 4.8%를 돌파하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다음날 소폭 하락했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미국 금융시장은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언급 이후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구인·이직보고서(JOLTS) 등 경기 개선세를 보여주는 경제 지표들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금리 상승폭을 더 키웠다. 그러나 이날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9월 민간 기업 고용 증가 건수는 전월 대비 반토막나면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경제 지표 발표에 이번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기대로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미국의 물가와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확실한 경제 지표가 나올 때까지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5% 내외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지난 3일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 금리는 단기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으며,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가 5%를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금융시장의 충격도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은 적어도 11월까지는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어려운 환경이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고, 예산안 관련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 갑론을박도 이어지면서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우지윤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미 국채 금리의 고점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와 4분기 성장률 둔화 전망을 감안하면 현 수준 금리는 정점에서 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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