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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빚 못 갚은 만큼 연체이자·추심 제한…‘채무자보호법’ 국회 의결

등록 2023-12-20 18:44수정 2023-12-21 02:30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소비자가 분할상환금을 연체하면 빚 전체에 더 비싼 이자를 부과하던 금융회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는 연체된 금액에 한해서만 연체가산이자를 물릴 수 있다.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채무조정 협상도 제도화된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일단 연체가산이자의 부과 대상이 제한된다. 연체가산이자란 빚이 연체돼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추가로 부과하는 이자를 가리킨다.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빚의 일부만 연체돼도 잔액 전체에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빚 전체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분할상환금이 연체된 경우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나머지 원금에도 연체가산이자가 붙는 식이다. 앞으로는 연체된 분할상환금에 한해서만 연체가산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은 법 시행 뒤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연장된 5천만원 미만의 개인대출에만 적용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권리도 명문화했다.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채무조정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식도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금융회사는 요청을 받은 뒤 10영업일 안에 채무조정 여부를 심사해 통지해야 한다. 이미 채무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등의 경우에만 요청을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 채무조정 요청권은 3천만원 이하를 연체한 경우로 한정된다.

추심총량제도 도입된다. 추심 횟수를 7일 7회로 제한하고, 중대한 재난상황이나 사고 등으로 변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추심연락 자체를 금지한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채무자의 정상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추심 횟수를 제한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채무자는 특정 수단이나 시간대의 추심연락을 받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추심자는 추심을 방해하려는 목적의 요청이 아닌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법정자본금과 총액 보증 한도를 끌어올리는 게 뼈대다. 각각 10조원, 자기자본의 90배로 상향 조정됐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심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의 보증 사고가 늘면서 공사의 재무건전성과 보증 여력이 크게 악화된 데 따라 급히 마련된 법안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사고액은 3조원을 웃돌고 이 기간 공사가 집주인을 대신해서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금(대위변제)은 2조7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해 동안의 대위변제액은 1조원을 밑돌았다.

이 밖에 택배업과 소화물배송대행업의 운송수단에 화물차와 이륜차 외에 드론 로봇을 추가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드론 로봇이 물류·배송 현장에서 본격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연 김경락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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