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의 가늠자가 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11일 결정된다. 주채권은행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결의(609개 채권자 서면투표 방식) 하루 전 주요 채권자들을 소집해 마지막까지 개별 채권자들의 불안을 달래고 협조를 요청했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워크아웃 개시 의결’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산업은행은 오전부터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 12곳을 소집해 마지막 채권자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 담당 부행장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농협중앙회·신협중앙회·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 임원들도 참석했다. 태영그룹 쪽도 이 자리에 참석해 마지막까지 ‘워크아웃 동의’를 설득했다. 기존 자구안을 이행하면 워크아웃 개시 이후 실사 기간(3~4개월) 동안 발생할 유동성 부족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자금이 부족해지더라도 채권단에 신규자금을 요청할 때는 윤석민·윤세영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25.9%)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에스비에스(SBS) 지분 36.3%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이날 다시 확약했다.
대주주의 지분 담보 제공을 대국민 약속 형태일 뿐 채권단에 확약서로 제출하지는 않은 데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라며 “경영권을 먼저 내려놓고 시작하라고 하면 계열주가 태영건설을 꼬리 자르기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단계에 이르면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서로 합의해 (채권단과 태영 쪽이 함께) 실익을 챙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은도 이런 취지로 이날 채권단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채권자들은 워크아웃이 개시될 경우 부담해야 할 손실 규모와 워크아웃 성사 가능성을 놓고 질문을 쏟아냈다.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 전망, 신규자금 투입 가능성과 규모, 피에프 사업장 관리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태영그룹 쪽은 전국 피에프 사업장의 경우 공정률 75%를 기준으로 그 이상 공사가 진행된 사업장은 살리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피에프 사업장으로 회사 자금이 빨려가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75%(신용공여 금액 기준)의 찬성이 필요하다. 600여개 채권자들은 각자 보유 채권액만큼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의결권을 갖는다. 산은과 은행권, 그리고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의결권을 모두 합치면 40%를 조금 넘는다. 나아가 태영건설 관련 보증채무액이 속속 추가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 등 각종 보증기관의 지분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워크아웃이 개시될 경우 찬성 채권단(또는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반대표를 던진 채권자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사줘야 한다(채권반대매수청구권)는 점 때문에 반대표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반대 채권자들이 이 권리행사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전체 채권액 대비 극히 작을 것으로 전망돼,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