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청탁금지법) 발효 직전과 직후의 법인카드 사용 양상이 ‘극과 극’으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에는 음식점·백화점 등이 ‘마지막 특수’를 누렸지만, 시행 이후에는 고급음식점과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사용액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기업들의 접대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지난 3분기(7~9월) 법인카드 전체 사용액은 다소 줄었음에도 일반 음식점과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의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되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업계에선 법인카드의 음식점·백화점·대형마트 사용액을 ‘접대금액’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27일 여신금융연구소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공과금 납부를 제외한 순수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27조66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5100억원(1.81%) 줄어든 액수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은 4조12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00억원(5.37%)이나 증가했다. 백화점 사용액 역시 5600억원으로 400억원(7.69%) 증가했고 대형할인점 사용액 역시 8300억원으로 200억원(2.47%) 늘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통 법인카드의 음식점·백화점·할인점 사용액은 ‘접대용’으로 해석하는데, 전체 사용액이 줄었음에도 이 업종의 사용액이 늘어난 것은 김영란법 시행 전 각 기업이 법의 적용 대상인 공무원·공공기관 등 관련자들을 최대한 많이 접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에는 요식업·유흥업소·골프장·화원 등에서 쓴 법인카드 이용액이 종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 평일 10일(9월 5~9일, 19~23일)과 시행 후 평일 14일(10월 4~21일)간 하루 평균 법인카드 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한 4가지 주요 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액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보면, 요식업은 하루 평균 4.4%, 유흥업소는 5.7%, 골프는 6.4%, 화원은 3.4% 법인카드 이용액이 감소했다. 평일 골프의 경우 가장 큰폭으로 이용액이 줄었고, 2차 문화로 대표되는 유흥업종이 골프 다음으로 사용액 하락폭이 컸다. 요식업종은 이용액은 줄어들었으나, 중식·한식·일식 등 세부 업종에 따라 이용 건수는 늘어나기도 했다. 김영란법 이후 ‘3만원짜리 김영란 메뉴’가 등장하는 등 이용액수 쪽이 주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카드 사용시간도 달라졌다. 요식업은 저녁 평균 법인카드 결제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고, 오후 7시 무렵 택시 이용 건수는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1.2% 증가했다. 반면, 오후 8~10시는 소폭 감소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김영란법의 효과는 나타난다. 세종시와 과천시 등 공공기관 주변 지역의 법인카드 이용금액이 줄었다. 세종시는 종전보다 0.7%, 과천시는 7.7% 감소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김영란법 발효 이후 2차 문화가 줄어들고, 접대문화 역시 요식업종을 중심으로 저렴한 금액대로 간소화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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