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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현장에서] 시장 감독보다 홍보에 더 치중하는 금감원

등록 2017-02-08 17:26수정 2017-02-08 21:32

금감원, 특정 금융사의 개인연금 상품 추천 서비스 시행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연금저축 어드바이저' 개시행사에서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연금저축 어드바이저' 개시행사에서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8일 오전 10시 금감원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금저축 어드바이저’ 서비스(advisor.fss.or.kr) 개시 행사에 참석했다. 원장이 직접 나서 시연까지 했다. 이 서비스는 금감원이 운영 중인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 ‘파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금감원은 서비스 추진 배경에 대해 “국민 누구나 자신의 노후대비에 꼭 필요한 금융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제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출생·퇴직일과 연금수령 정보를 넣으면 부족한 노후자금이 뜬다. 이어 퇴직할 때까지 매달 얼마씩 연금저축에 납입하면 부족한 연금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용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연금저축보험(손해·생명보험),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중에 어느 유형이 적합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여기에 맞게 여러 금융회사와 상품명, 연평균 수익률, 공시이율 등이 안내된다.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궁금한 이용객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연금저축 판매사와 이들이 파는 상품, 수익률 등의 정보 나열을 보면서 금감원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본디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주업무로 한다. 연금저축 판매사가 상품을 제대로 만들어 파는지, 소비자 피해는 없는지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게 주임무다. 그런데 이번엔 개인연금 상품과 판매사 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 팔을 걷은 셈이다.

이는 축구경기의 ‘심판’이 ‘선수’로 뛰는 꼴이다. 국민 노후를 걱정하던 정책적 고민이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간이 해야 할 일인 건 맞지만, 연금저축이 보험과 신탁, 펀드로 나누어져 소비자에게 통합적인 정보제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이 개인연금 정보 포털사이트 구실을 하겠다는 뜻인데, 사실 이는 시장에 맡기면 될 일이다.

담당 부서도 부적격이다. 지난해 꾸려진 금감원 연금금융실 아래 연금저축감독팀에서 해당 서비스를 맡고 있다. 연금금융실은 퇴직연금과 세제적격 개인연금 감독 업무 등을 총괄하고, 연금저축감독팀은 연금저축 제도와 공시를 감독한다. 이런 연금저축감독팀이 개인연금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건 이해 상충이다. 한손으론 연금저축을 감독하고, 다른 손으론 연금저축 가입을 독려하는 격이다.

넓은 의미의 금융교육 차원에서 연금저축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한다고 우기더라도,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에서 해야 할 일에 가깝다. 내용 또한 금융사와 상품을 특정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부적절해 보인다. 금감원 서비스가 추천한 금융사의 상품이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는가?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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