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발표된 23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1년 반 만에 다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모든 채권자들이 손실분담에 합의한다는 조건 아래 2조9천억원 한도 안에서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에 실패할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피플랜)를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도 마련해뒀다. 정부가 밀실회의를 통해 대우조선에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4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는커녕 대규모 추가 자금을 쏟아붓게 되면서 구조조정 실패 책임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자료를 내어 “채무조정 합의와 자구 노력 추진 등을 전제로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천억원을 지원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를 새로 수주할 때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수요에 대해서는 시중은행과 산은·수은·무역보험공사 등이 적정 비율로 분담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0월 산은과 수은을 중심으로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한도 안에서 지원한 이후 불과 1년5개월 만에 내놓는 대규모 추가 지원 결정이다. 정부는 수주 부진 등으로 대우조선이 2분기(4~6월) 중에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장 4월에 갚아야 할 회사채가 4400억원어치에 이른다. 조선소는 보통 수천억원짜리 선박을 수주해 10~20%의 선수금을 받아서 운영자금으로 쓴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수주실적이 지난해 115억달러(약 12조9천억원)를 예상했으나 15억4천만달러(약 1조7천억원)에 그치는 등 돈줄이 마른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 이행시 기대효과>
이번 추가 지원은 1차 지원 때와 달리 ‘선 채무조정’, ‘후 자금지원’을 기본원칙으로 세웠다. 정부가 이해관계자 간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제시한 채무조정 구체 방안을 보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채권자 순으로 손실부담이 크다. 산은과 수은은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을 100% 출자전환하게 된다. 시중은행들도 7천억원의 무담보채권을 8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해줘야 한다. 사채권자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각각 절반씩 출자전환한 뒤 나머지는 만기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채권단이 이런 방안에 합의하더라도 한꺼번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한도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우선 자구노력으로 소요자금을 충당한 뒤 최소한의 부족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손실부담 세부 방안이 정해진 만큼 정부는 지난해 6월 마련했던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도 속도와 강도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고, 총인건비의 25% 추가 삭감, 직영인력 1천명 추가 축소 등 5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노력 방안을 추진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방안을 내놓고 채무조정 합의가 무산될 경우 법원을 통한 피플랜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자를 대상으로 강제 채무조정이 가능하지만 발주취소 등 위험이 커지면서 손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는 “사채권자 집회 등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됐을 때 즉각 대우조선은 채권단과 협의 뒤 법원에 피플랜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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