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2조9천억원 한도 안에서 추가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배경엔 빗나간 수주 예측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한도로 지원하면서 지난해 신규 수주 목표를 115억달러로 가정해 최악의 경우에도 5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시 비공개 경제현안회의인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제시되고 논의된 수치였다. 이런 전망에 기대어 정부는 한동안 “추가지원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던 터다.
앞서 신규 수주액 예측은 회계법인 삼정케이피엠지(KPMG)가 수행한 ‘재무실사 및 자금수지 검토 결과’ 보고서에 담긴 ‘신규수주 척수 및 수주총액’을 그대로 가져온 수치다. 삼정이 제시한 수치의 근거는 대우조선이 제시한 자료와 회계법인 검토로 표기돼 있다. 삼정이 검토한 자료는 조선·해운 분석 업체인 영국 클락슨의 세계 조선경기전망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수치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지난해 수주 실적은 15억4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당초 목표치의 13%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주절벽’은 대우조선 재무구조에 치명적 타격을 주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10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실적이 예상치와 반대방향으로 무려 53배나 나빠졌다. 정부가 지원 당시 근거로 삼았던 수치는 불과 1년 새 터무니없는 얘기로 확인된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예측 실패는 이후에도 계속돼 대우조선의 재무상황에 대한 오판을 자초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것을 가정해 수주목표치를 62억달러로 하향조정했지만, 이 역시 실제(15억4천만달러)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 때 제출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추진 현황’ 자료에서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2조8천억원의 자본확충을 해주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900%로 개선되고 자기자본은 -1조2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732%로 급증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인용 또는 제출하는 자료나 데이터의 변동성이 심하면 어떻게 신뢰하고 정책판단에 참고할 수 있겠나. 정부는 그간의 예측 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추가지원에서 근거로 삼은 자료에 대한 불신도 만만찮다. 이번 지원에 앞서 종합실사를 한 곳도 지난 2015년 정부를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이끌었던 삼정케이피엠지다. 정부가 추가지원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면서 제시한 ‘대우조선 도산시 국가경제적 손실위험 추정치’ 59조원(2016년 말 기준)도 삼정이 검토한 수치다.
이에 국회는 정부의 말 바꾸기를 질타하는 동시에 대규모 추가지원의 근거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3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대우조선 긴급 현안질의’가 이어졌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하는 2조9000억원에 대한 정확한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며 “지난해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을 때도 정부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일표 바른정당 의원도 “정부가 더이상 지원은 필요 없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돈을 쏟아붓는다. 정말 이번 지원이 마지막인가”라고 재차 확인했다.
류이근 김효진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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