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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급한 불 끈 대우조선…불황의 끝은 안보인다

등록 2017-03-23 18:29수정 2017-03-24 09:29

최악의 업황 회복이 급선무
“내년까지도 어려울 것” 전망
지난해 수주 15억달러에 그쳐

경쟁력 약한 해양플랜트 관건
“수주한 100여척으로 수익내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발표된 23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발표된 23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벼랑 끝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2조9천억원의 추가 지원 방안이 마련돼 유동성 부족 사태의 급한 불은 껐다. ‘혈세 도움’은 이번이 끝이고, 또 지원받아야 할 상황은 더 이상 없을까? 당면한 안팎의 조건을 보면, 조선소 독(선박건조대)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이 정상 궤도로 다시 올라서려면 업황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은 121만CGT(34척)로 1월(63만CGT·34척)의 두 배로 늘었다. 업황 회복 기미가 조금 엿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은 아직 섣부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도 조선업은 굉장히 어려운 업황 부진에 허덕이게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수주절벽은 끝이 서서히 보인다기보다는 오히려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에 대한 인식이 글로벌시장에서 계속 악화하면서 대우조선은 사실상 공개입찰 참여가 어려워지는 등 수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수주액(15억4천만달러)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전망(115억달러)에 크게 미달했다. 올해도 극히 부진하다. 올 들어 수주 실적은 삼성중공업 15억달러, 현대중공업그룹 3사 9억4천만달러, 대우조선 6억달러(액화천연가스선 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 등 총 4척)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수주량만이 재무 건전성을 좌우할 지표는 아니다. ‘저가 수주’도 살펴야 한다. 저가 수주는 5조원대 분식회계 및 경영 실패와 함께 대우조선을 거대한 부실에 빠뜨린 주범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 선박을 올해와 내년에 걸쳐 대거 건조 완료한 뒤 인도해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대우조선이 올해와 내년에 인도 예정인 배는 84척으로 지난해 말 수주잔고(114척)의 73%에 이른다. 그러나 저가 수주가 손익계산서에 미치는 충격은 2~3년에 걸쳐 계속 반영된다. 저가 수주 여부는 영업적자 추이를 보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수주한 배라면 만들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느는 게 조선업체 재무제표의 특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와 2015년에 각각 1조6천억원과 2조9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저가 수주의 영향이 향후 몇년간 지속해서 손실로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박 가격 추이도 함께 봐야 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 집계를 보면, 초대형유조선(VLCC)은 지난해 말 1척당 8450만달러에서 2월 말에는 8100만달러로 떨어졌다. 가격이 가장 비쌌던 2008년 9월(1억6200만달러)에 견줘 반토막이다. 지난달 1만9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엘엔지(LNG)선도 1척당 50만달러씩 하락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발주가 슬슬 다시 이뤄진다지만, 그 배경을 보면 ‘워낙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대폭 떨어지니 ‘투기적 발주’를 하는 선주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배를 빌려 쓸 용선처를 미리 구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아주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일단 발주하고 보는 식이다. 용선처를 못 구해 ‘위험’을 안은 채 발주된 선박은 나중에 업황이 나빠지면 선주가 인도를 지연·포기해버릴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 대우조선을 위기에 빠뜨린 요인들 중 하나였던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의 석유시추선 2척 인도 지연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주한다 해도 선수금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배 값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조선사는 선주와의 교섭력에서 절대 열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발주할 때 선수금으로 10%씩 세 번가량 나눠주고 인도할 때 잔금 70%를 주는데 요즘은 선수금은 아주 조금만 주고 대부분 인도받을 때 주겠다는 발주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주량이 늘어도 선수금이 말라버리면 선박 짓는 데 쓸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금융비용도 불어나 대규모 추가 지원에도 불구하고 다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대우조선의 경쟁력이 다른 업체에 비해 훨씬 취약한 부문이 해양플랜트다. 대우조선의 수주잔고는 상선이 156억달러(82척), 해양플랜트가 132억달러(12기), 특수선이 52억달러(20척)다. 조선사들은 수년 전까지 해양플랜트에서 연간 수조원대의 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 빠져든 바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 수주하기보다는 이미 수주한 100여척을 잘 건조해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 해양플랜트에서 손실을 내지 않고 선방하거나 수익을 낼지가 관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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