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금리 인상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한반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을 모두 5조8990억원어치 사들였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3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외국인들은 국내 상장채권에 대한 순투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2조6070억원을 순투자해 채권 보유잔고가 98조7천억원으로 불어나 1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지난달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이어졌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3조2920억원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난해 12월 이후 순매수를 지속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528조8천억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4%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순매수로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외국인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516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에 따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던 코스피 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주요 요인으로 원화 가치 약세를 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200원대에서 지난달 27일 1110원 부근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다시 1140원대로 올라섰다.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며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던 외국인들에게 차익 실현의 빌미를 준 셈이다. 향후 외국인 자금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 실적보다는 원화의 향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재차 부각되면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거론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