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조정 방안에 대한 협상에서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 13일 만나 큰 틀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회사채 상환 보장 방식을 둘러싼 양쪽의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이 회사채 상환을 위한 보완 장치를 제안해옴에 따라,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산은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17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첫 사채권자 집회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17~18일 양일간 다섯 차례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되려면, 채권액 기준으로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2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반대나 기권 결정을 하게 되면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로 직행할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은 일단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주주로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책임있는 경영정상화 의지를 나타내면서, ‘기금 손실 최소화’에 공감하고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상호간 협의점을 찾았다”며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판 쟁점은 3년 만기 연장하는 회사채 50%에 대한 상환 보장 방식이다. 이동걸 회장은 전날 강면욱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해주면 나머지 만기 연장분을 전액 상환하도록 하고, 이를 약속하는 문서 작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채권자들은 (대우조선의 선박 건조 대금 등이)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강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신뢰를 더 심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면으로 지급 보증을 요구해온 국민연금은 좀더 효력이 확실한 보증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채 50%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준다 해도 대우조선이 회사채를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쪽은 이날 밤늦게까지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을 약속하는 내용의 문서 형식과 문안 등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다.
산은과 국민연금의 말을 종합하면, 산은은 회사채 상환일이 임박하면 사채권자들이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에스크로(거래대금 예치) 계좌에 넣는 식으로 사실상 상환 보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우조선에 지원하는 신규자금 2조9천억원 중에서 별도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상환자금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회사채를 상환할 돈을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민연금과 산은이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은 피플랜으로 갈 경우 발생할 손실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선주들이 법정관리를 핑계로 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 은행이 대신 물어줘야 한다. 선수금환급보증을 각각 2조6천억원, 7조원씩 들고 있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큰 타격을 받는다. 정부는 이날 오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대우조선해양 피플랜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한광덕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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