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실손보험료 인하? 가입자 박수 소리에 묻힌 의문들

등록 2017-06-22 18:14수정 2017-06-22 21:46

Weconomy | 현장에서
어쩌다 한 운동으로 어깨를 다쳐서 지난해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접수대 직원은 초진 여부와 함께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표시하라고 했다.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의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실손보험이 없어요?” 멋쩍게 웃으면서 “가입 안 했다”고 했더니, 의사도 웃으면서 “그러면 싼 걸로 해줄게요”라고 한다. “치료가 달라져요?” 하고 짐짓 모르는 체 되물었더니,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실손보험이 없어서 ‘좋은 치료’를 못 받은 것일까, 아니면 ‘과잉의료’를 피해간 것일까. 환자였던 나는 짐작만 할 뿐이다.

실손보험은 2007년 처음 출시돼 2015년말 기준으로 가입자 규모가 3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런 실손보험료가 계속 인상돼 가계에 부담을 주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인하 유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관련기사 : 실손보험료 인하, 법으로 강제한다) 당장 보험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보험사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이 120~130%대를 오가는 판에 보험료를 내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과거 건강보험 보장 확대의 과실은 보험업계가 아니라 과잉의료를 한 일부 의료계가 챙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가 비급여 의료 관리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넓혀봐야 의료비 총액은 줄지 않고 보험 손해율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주장은 향후 따져봐야 할 구석이 많다. 업계가 발표하는 손해율이 적합하게 산정된 것인지, 이익이 많이 남는 종신보험·시아이(CI)보험을 많이 팔려고 손해를 알고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실손보험을 끼워팔기 한 원죄는 제쳐놓고 엄살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 축소가 첫번째 목표라서 개별회사의 이해관계를 우선 고려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있다.

앞서 새 정부의 실손보험 인하 공약은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큰 제목 아래 든 하위 항목이었다. 본질적으론 국민 의료비 부담에서 공적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을 키우고 민간 의료보험 역할은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보험업계의 실손보험료 인하로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핵심은 비급여 의료시장을 통제해 국민 총의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일 텐데, 이에 대한 정책은 구체적 실체가 아직 모호한 상태다.

실손보험은 현재 가입자 100명 가운데 20~30명이 과잉의료를 소비하고, 나머지 70여명이 보험료 폭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구조다.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내린다 한들, 문제의 20~30명과 일부 의료계가 과잉의료 판매와 소비의 기존 행태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정부가 향후 출시를 장려할 합리적 실손보험상품으로 갈아탈 유인이 거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잉의료를 유발하는 기존 실손상품의 보험료를 무리하게 인하할 경우 기존 가입자들이 문제의 상품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큰 게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실손보험료 인하 정책은 일단 3200만 가입자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박수소리가 정책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1.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2.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제프레이 호지슨(Jeffrey Hodgson) 교수,거대 블랙홀 제트 방향과 은하 형태의 상관 관계 발견 3.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제프레이 호지슨(Jeffrey Hodgson) 교수,거대 블랙홀 제트 방향과 은하 형태의 상관 관계 발견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4.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네이버 ‘지금배송’ 나선다…쿠팡 ‘로켓배송’에 도전장 5.

네이버 ‘지금배송’ 나선다…쿠팡 ‘로켓배송’에 도전장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