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붙은 카드사 스티커 모습. 연합뉴스
국내 경제정책을 짜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는 최근 ‘신용(체크)카드 승인액’ 분석을 통해 경기를 진단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요즘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민간 소비 흐름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는 더 그렇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발표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작성하면서 한때 고심에 빠졌다. 매달 초 나오는 그린북에는 경기에 대한 정부의 공식 진단이 담긴다. 고심에 빠진 배경은 경기 회복세에도 신용카드 승인액이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탓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서 넘어온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액은 1년 전보다 5.6% 증가하는 데 그쳐, 3개월(4~6) 연속 한자릿수대 증가율을 이어갔다. 직전 3개월(1~3월) 평균 증가율이 14.1%였던 데 견주면, 신용카드 승인액만으로 본 최근 소비 동향은 올초 호조를 보인 뒤 4월 이후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달 그린북에는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 대신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담겼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 추이에 의문이 들어서 (자료를 집계한) 여신협회와 (카드사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문의했더니, 카드사들이 그간 해오던 국세 카드 납입에 대한 할인혜택을 줄이면서 법인들의 국세 카드 납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비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낮아진 것이고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소비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를 비롯한 경제 전망 기관들의 예측이 과거보다 한층 정교해지고 있는 데는 신용카드 사용 실적 통계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 실적 정보는 여타 지표보다 소비 흐름을 가장 빨리 파악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통상 기획재정부에만 전월 카드 승인실적 정보를 그 다음달 5영업일 이내에 넘긴다. 공식 소비지표로 통계청이 내놓는 ‘소매판매 실적’나 ‘온라인 쇼핑 실적’보다 발표 시기가 20일 남짓, 한국은행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국내총생산(속보)’ 보다는 발표 주기가 훨씬 짧다.
북한 미사일 발사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경기가 급변할 조짐이 보이고, 이에 따른 정책 대응을 신속하게 결정해야할 때 신용카드 사용 실적 정보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2015년께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그 명분은 메르스 사태 확산에 따라 소비 침체가 길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핵심 근거는 뚜렷하게 둔화하기 시작한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었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화훼 농가 등 일부 업종이 타격을 받고 소비가 줄고 있다는 여론을 뒷받침해준 것도 신용카드 실적 정보였다. 일부에선 한은이 설문조사로 매달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조사 결과’보다 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도 있다.
신용카드 실적 정보는 속보성만큼이나 구체성도 강점이다. 카드 회원들이 무슨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소비 심리의 견고함을 가늠할 수 있다. 가령 가전제품이나 가구와 같이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비싼 내구재 구매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면 가계의 소비가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비가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내년부턴 주간 단위로도 소비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미래창조과학부와 신한카드, 통계청이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통계청은 신한카드가 확보한 회원 사용 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혜련 통계청 빅데이터통계 과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쯤에는 일반 국민들도 주간 단위로 소비 실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좀더 정확하고 빠른 경기 진단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독 신한카드와 손을 잡은 이유는 국내 카드 시장의 1위업체로 가장 많은 고객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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