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채용비리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금감원 고위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당시 금감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원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 고위 간부가 최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이었던데다, 당시 부정 채용된 직원이 최 전 원장과 개인적 친분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수일(55) 금감원 부원장과 이상구(55) 전 부원장보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둘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앞서 검찰이 각각 징역 1년6개월, 징역 8개월을 구형한 것을 감안하면 예상밖의 ‘중형’이다.
김 부원장 등은 2014년 6월 금감원 변호사 채용에서 임아무개 변호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점수를 조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변호사는 최 전 원장과 행정고시 동기인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특히 최 전 원장은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이 부원장보에게 임씨 채용건에 대해 “잘 챙겨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최 전 원장이 이번 채용비리 사건의 몸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 판사도 이날 “김 부원장 등은 범행에서 이익을 받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피고인들이 범행하도록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할 수 없어 미완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 전 원장을 기소하지 않은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원장도 함께 조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최 전 원장은 운이 좋게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시를 무조건 따른 김 부원장 등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은 원장이 인사권을 독점한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 전 원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에게 협조한 이들은 승진시켰다. 김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당시 둘 다 고속승진했다”고 꼬집었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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