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7월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완전 민영화 추진 등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놓인 가운데 이광구 행장(
사진)이 지난달 임원들에게 지주회사 전환 숙제 등을 마무리 짓고 싶을 뿐 차기 도전엔 뜻이 없다는 거취 표명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임기 중 겨우 6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 거취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계파 간 권력다툼이 커지고 채용비리 의혹 등이 노출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우리은행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행장은 지난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이 행장이 추석 연휴 직후 채용비리 의혹이 공개되기 전에 내부 임원들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거취 얘기를 꺼냈다. ‘임기 중 지주사 전환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을 뿐, 지주 회장에 응모하지 않겠다. 지주사 전환 뒤 행장직을 누가 해도 상관없고, 차기 도전 뜻이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 행장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짓고 명예롭게 퇴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임원들에게 표명했다고 들었다. 내부 권력다툼이 이어지니까 차기 도전을 안 하겠다고 해서 조직을 다독여 끌고 가고 싶었던 모양인데, 결국은 국정감사 중에 채용비리 의혹 건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난 임기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정부 지분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 첫 단추를 끼우면서 올해 1월 말 연임이 확정됐고, 3월에 임기를 시작했다. 또 지주사 전환 뒤 지주 회장 도전 관측이 분분했다.
하지만 2019년 3월까지인 이 행장의 임기가 겨우 4분의 1 지난 시점에 스스로 거취 발언을 하는 상황이 된데다 검찰 수사 칼날까지 미치게 돼 행장 리더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채용비리 자체 감사 뒤에도 “구체적인 합격 지시 등은 없었다”고 핵심 비위 혐의는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에서 형사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대등 합병한 조직이라서 계파 갈등이 심한데 한일 출신 이종휘 전 행장 이후 상업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행장이 각각 연임하면서 인사 불만이 누적됐다. 그간 적폐 의혹들로 행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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