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첫 의견이 나왔다.
서스틴베스트는 오는 23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상정된 김정태 사내 이사 선임안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혹이 제기된 김 회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의 갈등이 첨예해진 가운데 스튜어드십코드에 자문사로 참여한 서스틴베스트의 이같은 반대 의견이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조만간 김 회장의 3연임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74.22%에 달한다. 단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9.48%)이며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3.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주요 사유의 하나로, 사회적인 신뢰성 저하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들었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다 자신의 아들과 하나금융지주 계열사간 부당거래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설사 이러한 혐의를 벗더라도, 이미 금융지주 수장으로서 신뢰가 떨어져 브랜드 가치가 생명인 금융기관의 주주가치에 중대한 훼손을 입혔다고 봤다.
서스틴베스트는 또 하나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과 추천 과정을 검토한 결과 김 회장의 이사 후보 선정 구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회추위원인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은 김 회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12년 취임 이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으로 줄곧 참여해 사외이사를 추천해왔다. 현재 회추위에는 김 회장의 추천으로 선출된 사외이사와, 김 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추천해 선출된 2명의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다. 또 김 회장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박문규 전 사외이사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그 사외이사가 추천한 또다른 사외이사도 회추위원이다. 박 전 사외이사의 아들은 김 회장의 아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추천한 김정태 단독 후보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3연임을 향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종합해 볼 때, 김 회장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해 왔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며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김 회장의 3연임에 반대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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