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들 은행권 채용비리 규탄 집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권이 앞으로 정규 공채에서 성별·출신학교·연령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점수화하는 등의 차별을 금지한다. 또 ‘브이아이피(VIP) 추천 리스트’ 등으로 논란을 부른 임직원 추천은 물론 입점·거래 대학 출신 졸업자 우대 등도 모두 폐지한다. 이로써 은행 채용이 영업·대관 활동의 리베이트처럼 활용되던 관행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연합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제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 이후 이사회 의결을 하기로 했다. 이는 자율규제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앞으로 19개 시중·특수·지방은행들의 내규에 반영돼 대부분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채용비리 논란에 대응해 지난 2월에 모범규준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에 초안을 제출하고 이번에 최종안을 공개했다. 전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증권·보험 등 6개 금융협회장을 만나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정한 채용관행 정착의 계기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업권에도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필기시험을 대부분 도입하며, 서류보다는 필기가 지원자를 걸러내는 주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모범규준엔 ‘필기시험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선택사항으로 규정했으나, 은행연합회 쪽은 “은행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 등을 고려해 대부분 은행들이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엔 서류전형을 통해 다수가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이 면접기회를 부여받았으나,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은행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다수에게 필기시험을 치를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과한 지원자에게 면접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부정입사자 처리와 피해구제 방안도 구체적으로 규정됐다.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으로 합격한 사실이 확인되면 채용을 취소하거나 면직할 수 있고,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응시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채용공고에 채용청탁 등에 대한 불이익을 명시하기로 했다. 부정입사자 탓에 채용에서 탈락했을 경우엔 피해가 확인된 이후 첫 공채에서 피해를 입은 전형을 건너뛰고 곧바로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예컨대 필기시험에서 점수조작 등으로 피해를 봤다면 다음 공채에서 곧바로 면접시험에 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최근 채용비리 검사와 수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에 대해선 이런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피해 구제는 모범규준이 향후 각 은행 내규로 정착한 뒤 피해가 새롭게 발생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2018년 하반기 공채 이후에 발생하는 건들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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