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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삼성바이오 새 분식 혐의…증선위 ‘과거 회계도 부적절’ 판단

등록 2018-06-25 20:59수정 2018-06-25 22:54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혐의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분기점에 섰다. 증선위나 금감원 둘 다 삼성바이오가 분식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사유가 서로 달라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삼성바이오가 중과실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합작 계약서’에 답이 있다 증선위(위원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는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함께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출범 당시인 2012년부터 ‘공동지배회사’(관계회사)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은 단독지배회사(종속회사)로 회계처리를 했고, 2015년에야 공동지배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이 기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본 것은, 고의든 과실이든 ‘부적절한 회계처리’라는 게 다수 증선위원의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2012년부터 관계회사”

합작계약서 통해 공동지배 드러나

종속회사 회계처리는 중과실 사안

2015년 문제삼은 금감원 제재는?

금감원의 ‘고의 분식’ 원안은 유효

증선위, 과거 회계 조치안 보완 지시

제재수위 다음달 중순 최종 결론

증선위·금감원 제재사유 달라 변수

‘분식’엔 이견없어 중징계 불가피

증선위의 이런 판단은, 금감원이 2012~2014년 회계는 문제삼지 않고 2015년 회계처리 변경만 고의적 분식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조치안과는 차이가 있다. 증선위가 새로운 분식 혐의를 제기한 것은, 2012년 공동투자자인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함께 쓴 ‘합작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번 심의에 밝은 한 인사는 “지분율(삼성바이오 85 대 바이오젠 15)이나 이사회 구성, 이후 유상증자 과정 등 명시적인 부분에선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로 볼 소지가 있으나, (계약서에는) 공동지배로 간주할 대목이 숱하게 많았다”며 “주요 의사결정 사안은 반드시 만장일치나 바이오젠 쪽 동의를 얻게 돼 있었다. 한 예로 에피스 주식 상장과 같은 안건은 바이오젠 동의가 필수였다. 이익 배분 약정도 공동지배로 볼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에선 에피스 합작투자는 처음부터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 ‘갑’의 처지였다고 말한다. 바이오 산업에서 세계적 플레이어인 바이오젠과 손잡기 위해 여러 면에서 삼성바이오가 양보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기술 한 줌 없이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것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바이오·제약 외에도 의료기기와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을 5대 신수종 업종으로 정하고 10년에 걸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합작사를 찾기 위해 글로벌 플레이어 20여곳을 접촉했으나 모두 퇴짜를 받았다. 그러던 중에 바이오젠이 손을 잡았다”며 합작 계약서가 바이오젠에 유리하게 작성된 배경을 풀이했다. 지난달 말 마무리된 금융위 감리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감리위원 중 금감원 조치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3명의 위원 중 일부도, 삼성바이오가 무혐의라고 봐서가 아니라 2012년부터 공동지배회사로 보지 않은 금감원 조치안이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가 분식을 했으나 그 사유를 금감원의 주장과는 다르게 봤다는 뜻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심제로 진행되는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 중인데, 제재 여부와 수위는 다음달 중순께 내려질 전망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심제로 진행되는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 중인데, 제재 여부와 수위는 다음달 중순께 내려질 전망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금감원 조치 원안은 어떻게 증선위는 최근 금감원에 조치안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2012년부터 공동지배로 봐야 한다는 증선위 심의 내용을 반영해 조치안을 새로 작성하라는 취지다. 이에 일부에선 금감원의 조치안이 사실상 백지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으나, 외려 금감원 조치안에 증선위가 추가 혐의를 더한 것으로 볼 소지가 크다. 2012~2014년 공동지배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문제에다, 2015년에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단독지배→공동지배)한 사안 모두 심의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처리와는 별개로, 2015년 회계처리 변경 또한 부적절했다는 입증 자료도 증선위 심의에서 상당 부분 확인됐다. 예컨대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 이유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조기에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그 근거로 바이오젠이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편지를 삼성바이오에 보낸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편지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삼성바이오의 요청에 따라 바이오젠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는 “바이오젠은 콜옵션 조기 행사의 대가로 제품 판권과 관련한 과도한 요구를 했고, 삼성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콜옵션 조기 행사는 무산됐다”며 “바이오젠 입장에선 2015년 당시에 콜옵션 행사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또 삼성바이오가 2015년에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배경이 사업 진척 등의 이유라기보다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합병계획 발표 2015년 5월)이 계기가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이 확정된 뒤 안진회계법인(삼성물산 외부감사인)이 ‘합병 삼성물산’의 가치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에피스의 공정가치(시가)가 산출(2015년 10월 발표)됐고, 이를 본 삼정회계법인(삼성바이오 외부감사인)이 회계처리 변경(에피스 시가 반영)을 삼성바이오 쪽에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의 동기는 (금감원의 주장대로) 삼성물산 합병이라고 볼 소지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며 “다만 이런 변경이 ‘고의’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증선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결국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적 분식’으로 본 금감원 원안도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 “탄탄한 증거·논리 구축할 것” 증선위의 최종 결론은 새달 중순께 내려질 예정이다. 예고된 새달 4일 심의 때는 증선위가 새롭게 제기한 2012~2014년 공동지배 판단을 담아 금감원이 작성할 보완 조치안을 토대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대심제로 열린다. 증선위 관계자는 “한 차례 대심제를 한 뒤 그다음 심의에선 증선위원들만 모여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 자리에서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 등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징계가 나오게 되면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에 나설 공산이 있다. 소송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꼼꼼하고 탄탄한 증거와 논리 구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선위는 최종 결론을 내린 뒤 그 내용을 언론에 자세히 공개할 방침이다. 회계학계에선 최종 결론이 2012~2014년도 감사보고서는 중과실로,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고의적 분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장부부터 모두 새로 써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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