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원금을 다 날릴 수도 있는 파생결합상품(DLF)을 판매하면서 일부 고객에게 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는 주장(
<한겨레> 9월3일치 17면)이 사실로 확인됐다. 은행 쪽은 “직원이 사비로 준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법에 근거한 내규를 사실상 위반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될 소지가 커 은행의 ‘책임 회피’,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고위험 펀드를 팔기 위해 현금을 투자자 유인의 미끼로 쓰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영업 행태란 지적도 나온다.
3일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날 1인시위에 나선 펀드 고객 차호남(46)씨가 ‘현금제공 미끼 판매를 당했다’고 한 주장과 관련해 “은행 직원이 (차씨에게) 30만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이 먼저 요구해 직원이 사비를 들여서 감사의 뜻으로 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씨는 “은행에 3억원을 어찌 예치할지 상담을 다녀온 뒤 은행 쪽에서 먼저 전화를 해서 특별 혜택을 줄 것처럼 얘기하면서 내 계좌번호를 보내라고 해서 계좌번호까지 문자로 보낸 기록을 가지고 있다”며 “문자를 주고받은 당일에 은행을 다시 방문했다가 영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디엘에프 상품을 적극 권유받았고, 은행 상담실에서 가입을 망설이자 직원이 현금을 가져오더니 ‘특별히 주니까 소문내지 말라’면서 3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석달 새 3억원 원금이 1억7천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위험성 설명도 제대로 못 들은데다 현금까지 쥐어주며 영업을 하는 통에 순간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고 가슴을 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사안이 불건전 영업행위인지는 모든 경위를 따져봐야 알겠지만 고위험 펀드를 팔면서 현금을 건네는 영업 행태는 비상식적이고, 은행원이 사비를 들였다는 게 은행의 책임 회피 구실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은행법 관련규정은 불건전 영업행위로 상식을 반하는 수준의 이익 제공을 금지하면서 3만원 이하의 물품·식사 또는 2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 등을 빼곤 이사회 의결을 거치거나 은행 내부통제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도 파생상품을 팔기에 자본시장 관련 규정 적용을 받을 수도 있는데, 증권사는 대부분 상품 판매와 관련해 고객에게 3만원을 초과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할 경우 준법감시인에게 사전 보고하고, 20만원을 초과하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규(내부통제기준)로도 상품을 팔 때 20만원 이상 제공은 준법감시인에게 사전 보고를, 20만원 이하는 사후보고를 해야 한다”며 “사전 보고는 사실상 사전 승인을 받으란 뜻인데, 이번 건에서 준법감시인에게 사전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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