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주가지수가 24% 상승(MSCI 기준)했다. 선진국은 25%, 신흥시장은 15% 올랐는데, 코스피는 8% 상승에 그쳤다. 한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를 일평균 수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로 미뤄보면 올해 주가도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5~2019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일평균 수출과 주가의 상관계수가 0.88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거의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의미이다. 수출과 주가 사이에 이처럼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에 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였다. 가계부채가 1570조원을 넘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은 낮다. 또한 ‘체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투자가 크게 위축되었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현황을 판단하고 투자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수출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9년 일평균 수출액은 19억9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2018년 전체 수출에서 21%나 차지했던 반도체가 26%나 감소했고, 수출 비중이 27%로 높은 중국으로 수출도 16%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 큰 폭 감소에서는 벗어날 전망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지역별로는 우리 수출 중 18%나 차지하는 아세안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가지고 있는 모델로 전망해보면, 올해 일평균 수출액도 지난해와 유사한 20억 달러 안팎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하방리스크도 크다. 지난해 국가별로 보면 미국으로만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그만큼 좋기 때문이었는데, 최근 산업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들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는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 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5%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양국 정부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지만,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00%를 넘을 정도로 정부가 부실해졌고, 중국은 기업 부채(2019년 2분기 현재 GDP대비 155%)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평균 수출이 20억 달러 정도라면 코스피도 추세적 상승보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평균 2107)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거품 영역에 들어서고 있는 미국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 주가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이다.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변동성 확대 장세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배당투자는 여전히 가계 금융자산 배분에서 일부를 차지해야 한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