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징계 및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사모펀드 부실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만기가 돌아와야 손실이 확정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판매사별로 집계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니, 환매 중단 규모가 가장 많은 판매사는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 증권사에는 신한금융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4월 말 기준으로 작성해 제출한 판매사별 환매중단 자료에 <한겨레>가 추가로 파악해 재집계한 결과,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의 환매중단 규모가 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3500억원), 하나은행(2300억원), 기업은행(1200억원) 등의 차례였다. 지방 은행에서는 부산은행(330억원)과 경남은행(190억원)이 많았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개수로는 하나은행이 7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6개, 신한은행 4개 차례였다. 집계는 라임 관련 펀드 4개와 디스커버리 2개 펀드, 젠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건보채권, 교보로얄클래스 등 10개를 대상으로 했다.
6면 환매중단 주요 사모펀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에서는 신한금융투자의 환매중단 규모가 1조28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신증권(8400억원), 엔에이치(NH)투자증권·키움증권(2600억원), 교보증권(1800억원), 삼성증권(1700억원), 한국투자증권(1300억원), 케이비(KB)증권(1200억원) 등의 차례였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개수로는 신한금투와 엔에이치투자증권이 7개로 가장 많았고,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이 6개, 한국투자증권이 5개였다.
금감원은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이런 광범위한 부실 사태의 발생 원인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저금리 환경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의 저변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판매 활동을 강화하고 성과 중심의 판매 관행을 지속했으며, 역량이 미흡한 소규모 운용사들이 진입장벽 완화에 따라 급증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운용사들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도가 높고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편입해 스스로 유동성 리스크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모자형 구조를 통한 투자금 돌려막기, 자산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기준가격 조작 등 불법 운용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세번째는 펀드 설계와 운용 등 과정에서 현장 실사와 리스크 심사, 사후관리 등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는 점이다. 내부통제와 외부감시가 소홀한 구조 속에서 운용사들이 투자 대상 회사의 세력과 결탁하거나 이들을 방치하면서 사적 유용 행위 등이 발생했다.
주목되는 것은 은행 중에서 케이비국민은행은 아직 부실 사모펀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상품 선정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이번 사태가 개별 금융사 차원에서는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업수익 확대를 독려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데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