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이 지난 15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동유럽 13개국의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씨티은행의 관련 사업부문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쪽은 16일 그룹 차원에서 큰 사업재편 방향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이제 마련해야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경영진은 이사회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은 예금·대출·자산관리 등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을 포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매금융 총여신은 16조9천억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전체 소매금융 자산의 2.7%를 차지한다. 소매금융 점포는 36개로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씨티카드의 개인 회원수는 104만8천좌(계좌)다.
씨티그룹 입장에선 13개국 소비자금융 사업을 일괄 매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협상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각 국가별로 사업을 일괄 또는 부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한국씨티은행 경영진도 이런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자산관리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어 일부 금융지주사나 제2금융권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 은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509억원으로 전년보다 18%나 감소했지만, 자산관리 부문에선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고액 자산가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해당 사업의 축소나 청산 절차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엔 고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3500명이며, 이 가운데 소매금융 종사자가 939명이다.
사업 철수 과정에서 고객들이 일정 정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고객의 자산에 위험이 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이 된다면 포괄양수도로 그대로 이관이 될 테니 기존 예금, 대출 고객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고 단계적 축소로 결정하더라도 기존의 예금, 대출 고객이 남아있으면 끝까지 영업을 유지해야 하므로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지점 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며 “향후 고객들의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세부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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