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부터 삶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지만 복잡한 상품구조와 약관 탓에 가입자들도 보장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요 상품별로 알면 유익할 정보와 주요 민원 사례 등을 금융감독원 조사역들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환을 가진 질병 보유자가 증가하면서 고령자와 유병력자가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생명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한 노년층뿐만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병력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는 간편심사보험,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무심사 보험이 대표적이다.
간편심사보험은 최근 2년 이내(암은 5년) 입원·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력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계약 전 알릴 의무를 18개에서 6개 항목으로 대폭 축소하고, 입원·수술 고지 기간을 5년 이내에서 2년 이내로 단축했다. 통원·투약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는 면제다. 이에 따라 간편심사보험은 약을 복용 중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증·뇌졸중 등으로 오래전에 수술·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질병 종류와 관계없이 입원비와 수술비를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질병을 가진 유병력자들이 가입할 수 있고, 회사에 따라 암·뇌출혈 등 중대질병에 대한 진단금을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고혈압·당뇨병 치료병력에 대해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면제한 상품이다. 고혈압·당뇨병 이외의 심사항목은 일반보험과 동일하다. 다만, 상품에 따라서는 보험사가 정한 ‘고혈압 및 당뇨병 유병자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입하는 상품도 있다.
무심사보험은 모든 질병 및 치료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건강검진 절차가 생략된 보험으로, 보험사는 질병, 치료내역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질병이 있는 유병력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보험기간 중 사망하는 경우에만 보장받을 수 있으며, 사망보험금을 통상 1천만~3천만원으로 정하고 있어 다른 일반상품의 사망보험금(1억~10억원)에 견줘 적다.
그러나 이런 유병력자 보험은 가입요건은 완화된 반면,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범위가 좁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보험료는 간편심사보험이 일반보험 대비 약 2배,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약 1.1배, 무심사보험은 약 5배 비싸다. 간편심사보험은 주로 입원비·수술비를 보장하며,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암 진단, 무심사보험은 사망보험금을 각각 보장한다. 조한선 금감원 특수보험2팀장은 “건강한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높은 보험료만 부담하게 될 수 있으므로 먼저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유병자보험과 일반보험의 보장내용·보험료를 반드시 비교해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보험은 개별 상품별로 보장범위와 보장금액이 다양하기 때문에 ‘중증치매’와 ‘경증치매’를 모두 보장하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중증치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렵고 온종일 누워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된 상태로 매우 중한 치매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환자 중 중증치매 환자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예를 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업법상 장기요양등급(1~5등급) 1~2등급, 또는 치매 관련 전문의가 실시하는 인지·사회기능 측정검사인 임상치매척도(CDR, 0~5점) 3~5점이 이에 해당한다. 경증치매는 기억력 감퇴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는 일반적인 치매 증세로, 장기요양등급 3~4등급 또는 임상치매척도 1~2점이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경증치매 진단보험금은 중증치매 진단보험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80살 이후까지 보장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치매는 65살 이상 노년기에 주로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질병으로, 특히 80살 이후 발생 위험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치매보험은 보장성보험인 만큼 목돈마련이나 노후연금 대비에는 적합하지 않다. 곽기문 금감원 조사역은 “간혹 간병보험 등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을 목돈마련 또는 은퇴 후 연금 목적으로 권유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강조하며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므로 가입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보험의 경우 치매에 걸리면 사실상 보험금 청구가 어려우므로 본인을 위한 치매보험 계약이라면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는 치매가 발병하기 전에 배우자 등 가족을 ‘대리청구인’으로 미리 지정해두는 것으로, 가입자가 치매로 치매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치매보험 가입 시점뿐만 아니라 가입 후에도 대리청구인 지정을 할 수 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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