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 청약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스케이아이이티) 일반공모에 역대 최대인 8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가운데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는 30%대의 미달이 발생했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규정과는 달리 이 실권물량을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 몫으로 전량 넘기기로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날 마감된 에스케이아이이티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30%가 넘는 실권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직원 1인당 평균 배정금액이 20억6천만원으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공모 주식수의 20%가 배정된 우리사주조합 청약 금액은 4492억원(427만8천주)에 달하는 반면 이 회사 직원 수는 218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금부담이 워낙 커서 절반 가량 미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젊은 층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 실권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우리사주 청약 미달로 발생한 잔여주식은 공모주식의 5% 이내의 범위에서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에스케이이아이이티 우리사주 실권율을 35%(149만7300주)로 잡으면 실권주는 공모물량(2139만주)의 5%(106만9500주)를 넘는다. 5%에 해당하는 1123억원이 일반공모로 돌아가면 개인 몫이 지금(534만7500주)보다 20% 늘어나 사상 최대 금액이 몰린 이번 공모 경쟁이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에스케이아이이티 일반공모에는 시중자금 80조9017억원이 들어왔고, 최종 경쟁률은 288.17:1이었다. 청약을 받는 5개 증권사 중 에스케이증권을 제외한 4곳에서 청약건수가 균등 배정 물량을 넘어 추첨을 통해 1주 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우리사주 미달 물량을 전액 기관투자자에 배정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인수업무 규정에 나오는 ‘배정할 수 있다’는 ‘꼭 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에스케이아이이티 기업공개 인수계약서 작성 당시 우리사주 실권물량을 기관에 넘기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청약에 앞서 공시해야 했다. 미래에셋은 현재 공모 신고서에도 우리사주 미청약 잔여주식을 5%까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다른 공동 주관사들도 우리사주 청약결과에 따라 일반 청약가능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
규정 개정 이후 우리사주조합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한 경우는 두차례로 모두 잔여주식을 개인 몫으로 배정했다. 지난달 청약한 같은 계열사인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도 우리사주 미청약 주식을 일반에 배정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제도를 개편했다. 최소수량 청약자에게도 공모물량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청약금액의 규모에 따라 받는 비례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사주 미달 물량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게 뼈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우리사주물량 기관 배정에 대해 “공모주의 구체적인 배정방식은 증권사들의 자율사항이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