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북시흥농협 과림지점 앞 도로 위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시흥/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수년간 3기 새도시 지역농협에서 실행한 대출이 다른 지역농협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로 지역농협이 땅 투기의 자금줄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대출이 급증한 농협을 대상으로 투기 혐의를 검사할 계획이다.
25일 <한겨레>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1056개 농협의 대출 현황을 파악해보니, 3기 새도시 지역농협 34곳의 지난해 대출금액은 20조2245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8년 대출금액(16조6818억원)보다 21.2%(3조5427억원) 증가했다. 3기새도시를뺀나머지 전국 1022곳에선 대출금액이 2018년 223조5832억원에서 지난해 252조5655억원으로 13%(28조9823억원) 늘었다. 3기 새도시 지역농협 대출 증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8.2%포인트나 높다.
3기 새도시는 2018년12월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을 시작으로, 2019년5월 고양창릉·부천대장, 2021년 2월 광명·시흥시가 차례로 발표됐다. 이 곳에 자리잡은 지역농협들은 2018년까지는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대출이 증가했으나 3기 새도시 사업이 본격화된 2019년과 지난해엔 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개별 농협을 보면, 경기 남양주의 ㄱ농협은 2018년 대비 지난해 대출규모가 44.2% 늘어났고, 고양시의 ㄴ농협은 38.4% 증가했다. 하남시의 ㄷ농협대출도 71.6%나 뛰었다. 엘에이치 공무원들이 투기성 대출을 받은 북시흥농협과,
농협직원의 ‘셀프대출’이 드러난 부천축산농협의 경우 이 기간 대출 증가율은 각각 24.7%, 18.1%였다. 34개 농협 가운데 지난 2년간 대출 증가율이 20%가 넘는 곳은 18군데였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대출이 급증한 농협 지점을 중심으로 조만간 투기 혐의 검사에 착수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3기 새도시 지정 발표 전후 신규 취급액이 급증한 금융기관 지점 등에 검사를 확대해, 부동산 투기 혐의 발견 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 관계자는 “새도시 지역 실태조사 분석이 마무리 단계”라며 “이 가운데 농지담보대출이 수십퍼센트 늘어난 곳을 대상으로 이달 안에 현장검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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