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려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정면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절차로 풀어야할 사안임에도 정면 대응을 회피하는 모순적이고 비겁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세계무역기구 제소 방침은 미국의 명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 행위를 한국 스스로 묵인해주는 행위”라며 “신속하게 한-미 분쟁해결 절차에 제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2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이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송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가 미국 쪽의 방해로 항소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든다.
송 변호사는 미국의 세제 지원금 ‘북미주 조립 요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2.2조 ‘내국민 대우’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전기차가 조립된 나라가 어디인지에 따라 차별적 조세를 가하는 것은 수입품과 국산품을 차별하는 것에 해당해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미주 밖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일방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배터리의 일정비율을 미국산으로 채우도록 하는 요건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2.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송 변호사는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한국의 통상 관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성공 논리에 갇혀 미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정면 대응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기차 공급망을 북미에서 독자적으로 갖출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차별적 전기차 산업 정책은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르면, 한국 국적 1인, 미국 국적 1인, 제3국민 1인 등 총 3인으로 패널을 구성하게 돼 있으며, 당사국은 패널 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를 진다. 이를 불이행할 경우 상대방에 피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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