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최근 2년 사이 더 나빠졌고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산업연구원(KIET)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공급망 구조에서 두 나라 기업 사이의 관계는 더 긴밀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이 4일 발표한 ‘중국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2년)’를 보면, 원부자재 조달처로 중국 현지를 꼽은 비율이 71.3%, 한국은 24.9%였다. 2020년 실태조사 때에 견줘 각각 5.5%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조달처로서 중국과 한국의 비중이 소폭이나마 더 커진 것으로, 양국 간 공급망 구조가 심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산업연구원이 중국한국상회에 맡겨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9~10월에 이뤄졌으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406개사가 응답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의 변화를 물어 중국 내 경영환경을 파악한 결과에선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는 응답 비중이 ‘증가했다’는 비중보다 높게 나타났다. 2021년 매출을 보면, 크게 감소(20% 이상) 14.8%, 감소(10~20%) 30.3%, 비슷 27.6%, 증가(10~20%) 14.0%, 크게 증가(20% 이상) 13.3%였다. 2021년 이익과 2022년(예상) 매출·이익에 대한 답변에서는 ‘감소했다’는 쪽 비중이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조치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중국 내 경기 위축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경영애로 사항으로는 1~3순위 합계 기준으로 ‘현지 수요감소’, ‘경쟁 심화’, ‘인력난’ 순이었다. 중국 내 사업에 가장 민감한 규제 사항으로는 ‘환경’, ‘인허가’, ‘소방안전’, ‘노동’ 순으로 응답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진출 기업들의 가동률은 매우 낮은 편이고, 단기 전망보다 중장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2.0%)이 가동률 60% 이하라고 답했으며, 80% 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3.8%에 지나지 않았다. 향후 2~3년 전망에 대해 ‘현상 유지’ 또는 ‘확대’라고 응답한 기업은 73.9%인데 견줘 5년 이후 전망에서는 이 비율이 66.5%로 나타났다.
철수 및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은 응답 기업의 23.2%에 이르는 94개사로 나타났다. 철수 및 이전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중국 내 생산비용의 상승’(38.3%)과 ‘경쟁 심화’(22.3%)를 우선적으로 들었다. ‘미·중 분쟁’과 ‘승계 곤란’을 꼽은 비율은 각각 16.0%, 10.6%였다.
또 중국 진출 기업의 58.6%가 앞으로 중국 국내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 생산비용의 상승, 수요시장의 변화, 불공정 경쟁 순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내환경 악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대부분 수용(72.8%), 관계사들과 공동 대응(13.2%), 애로사항 제출(8.9%) 순으로 응답했다. 글로벌 대외환경 변화 중 민감한 사항으로는 코로나19, 미·중 갈등, 한반도 이슈 순으로 답했다. 2020년 조사에서 미·중 갈등이 첫손에 꼽혔던 것과 다른 결과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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